시중은행 대출에 제한을 받던 중급 신용자(4∼7등급)에게 연 6∼10%로 돈을 빌려주는 이른바 중금리 대출 시장이 은행권에 안착하고 있다. 정부가 9개 은행에서 판매를 시작한 중금리 상품 사잇돌 대출은 출시 열흘 만에 신청자 1만4900명을 넘겼다. 모바일 뱅킹을 중심으로 한 은행 자체 중금리 대출상품도 약진 중이다.
서울보증보험은 신한·우리 등 9개 은행이 사잇돌 대출을 시작한 지난 5일부터 14일까지 열흘간 245억7200만원어치의 대출 실적을 올렸다고 17일 밝혔다. 신청은 총 1만4903명이 했고 6981명이 승인을 받았으며, 실제 집행된 대출은 2411건으로 1인당 1020만원을 빌렸다고 했다. 은행별 실적은 일부만 공개됐지만 신한은행(45억원) 우리은행(42억원)이 비교적 높은 판매고를 올렸다. 지역 자영업자 대출이 많은 전북은행(91억원) 실적도 두드러졌다.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은 사잇돌 대출 이외에도 각각 스마트폰앱인 ‘써니뱅크’ ‘위비뱅크’를 통해 모바일 비대면 중금리 대출을 시행 중이다. 위비뱅크에선 연 5.75∼9.55%, 써니뱅크에선 연 6∼10% 수준의 금리를 받는다. KEB하나은행은 이지세이브론, IBK기업은행도 i-ONE스마트론 등을 통해 중금리 상품을 판매한다.
이들이 저축은행 P2P 대출 수요를 일정 정도 가져오고 있다고 시장은 판단하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같은 중금리라고 해도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은 10∼15%의 금리인데, 일반 은행은 6∼10%로 차이가 난다”며 “별도 마케팅 없이 열흘 만에 250억원 정도 실적이면 제2금융권 고금리 사용자가 갈아타기를 시작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제도로 뿌리내릴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 사잇돌 대출의 롤모델로 꼽히는 우리은행 위비 모바일 대출의 경우 지난 5월 연체율이 3.5%로 전체 은행 연체율 0.7%보다 높았다. 은행 입장에선 연체부담 때문에 이자를 높게 받는 것인데, 정확한 손익계산까지는 6개월 정도 기간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
사잇돌대출 안착… ‘中금리’시장 판도 바꿀까
입력 2016-07-17 18:32 수정 2016-07-17 2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