銃 막은 民… 터키 ‘피의 숙청’ 예고

입력 2016-07-17 18:25 수정 2016-07-17 21:32
터키 이스탄불 아타튀르크 국제공항 입구에서 16일(현지시간) 한 남성이 쿠데타군 진입을 막기 위해 탱크 앞에 엎드려 있다. 36년 만에 일어난 터키 군부 쿠데타는 발생한 지 6시간 만에 시민들의 ‘맨손’ 저항을 이기지 못하고 실패했다. 하지만 최소 265명이 숨지고 1400여명이 다쳤다. AP뉴시스

터키에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을 축출하려는 군부 쿠데타가 발생했지만 6시간여 만에 저항하는 시민의 힘을 이기지 못하고 진압됐다. 전투기와 탱크를 동원한 쿠데타 세력은 15일 밤(현지시간) 이스탄불 국영방송사와 공항을 장악했지만 시민들의 광범위한 저항과 정부군의 신속한 반격에 백기를 들었다.

이 과정에서 민간인, 군인, 경찰 등 최소 265명이 목숨을 잃고 1400여명이 다쳤다. 한국인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관광객 140여명은 공항에서 공포의 밤을 보내야 했다. 터키에서 군부 쿠데타가 발생한 것은 1980년 이후 36년 만이다.

17일 BBC방송에 따르면 터키 당국은 쿠데타 주모자 아킨 외즈튀르크 전 공군사령관과 아뎀 후두티 육군 2군사령관 등 현역 장성 5명을 비롯해 군인 3000여명을 체포했다. 법조계에서도 알파르슬란 알탄 헌법재판관이 체포되고 판사 2745명이 해임됐다. 국영 아나돌루통신은 판검사 272명이 구속되거나 출국정지됐다고 전했다. 블랙호크 헬기를 타고 그리스로 달아난 군인 등 8명은 그리스 정부에 망명을 신청했다.

BBC는 “터키에 쿠데타 후폭풍이 불고 있다”며 “2007년 공식 폐지된 사형제 부활 가능성까지 거론되며 ‘피의 숙청’을 예고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쿠데타 세력은 15일 오후 10시30분쯤 이스탄불 보스프러스 해협의 다리 2곳과 아타튀르크 국제공항, 국영방송국을 장악한 뒤 계엄령을 선포했다. 이어 군 참모총장을 비롯한 군 수뇌부를 억류하고 TV를 통해 쿠데타 성공을 선언했다.

하지만 에르도안 대통령은 2시간 뒤 CNN튀르크와 페이스타임(아이폰 화상통화) 인터뷰를 갖고 “일부 군부 세력이 반란을 일으켰다”며 시민들에게 거리로 나가 쿠데타 세력에 맞설 것을 촉구했다.

에르도안 대통령 지지자와 시민들은 통행금지 명령에도 불구하고 거리로 나서 무장한 군인에게 맨손으로 맞섰다. 이 과정에서 161명이 숨졌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6시간 만에 이스탄불로 돌아와 “쿠데타는 실패했다”고 공식 선언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에르도안 대통령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유럽연합(EU) 각국도 민주적으로 선출된 정부를 전복하려 한 쿠데타 세력을 비난했다. 우리 정부는 현지에 있는 우리 국민의 안전을 확보하고 추가 귀국자를 지원하기 위해 이날 외교부 직원 등으로 신속대응팀을 급파했다. 아타튀르크 공항에 발이 묶였던 관광객은 무사히 귀국했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