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리 검사가 성공가도… “靑·법무부 뭐했나” 책임론

입력 2016-07-18 04:01

진경준 검사장이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되면서 고위공직자 인사검증을 담당한 법무무·청와대 책임론이 커지고 있다. 김현웅(57) 법무부 장관은 17일 진 검사장 사건과 관련해 인사검증 및 감찰 시스템 등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주식 특혜 논란이 벌어진 후에도 진 검사장 관련 진상 파악에 소극적이었던 법무부의 만시지탄(晩時之歎)이라는 비판이 고조되고 있다.

승승장구 진경준, 검증 시스템은 깜깜

진 검사장은 소위 ‘잘나가는 검사’였다. 그는 1995년 사법연수원 21기 검사 중 가장 우수한 임관 성적으로 서울중앙지검에 배치됐다. 이후에도 금융정보분석원(FIU) 파견, 법무부 검찰과 등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 진 검사장이 대학 동기인 넥슨 창업주 김정주(48) NXC 회장으로부터 넥슨 비상장 주식을 공짜로 받은 2005년에도 그는 법무부 검찰국 소속이었다.

진 검사장은 2007년 이명박정부 출범 당시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파견 나갔다. 복귀 직후인 2008년 3월 넥슨으로부터 문제의 제네시스 차량을 제공받는다. 당시 검찰 주변에서는 “진 검사가 기업인한테 차량을 받아 몰고 다닌다”는 얘기가 돌았다. 진 검사장은 2009∼2010년 서울지검 금융조세조사2부장으로 근무할 당시 한진그룹 탈세 의혹을 내사 단계에서 덮어준 대가로 처남 소유 청소용역업체가 일감 수주 특혜를 누리도록 한 혐의도 받고 있다. 하지만 검찰과 법무부는 10년 넘게 진 검사장 비위 사실을 자체적으로 걸러내지 못했다.

청와대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진 검사장은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 지난해 ‘검찰의 꽃’으로 불리는 검사장 자리에 올랐다. 차관급인 검사장은 승진에 앞서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철저한 인사검증을 거친다. 재산증식이나 사건 처리과정이 주요 검증 항목이다. 그러나 진 검사장은 아무 문제없이 인사검증을 통과했다.

진 검사장 의혹이 본격적으로 불거진 이후에도 법무부는 ‘제 식구 감싸기’에 급급했다. 지난 3월 진 검사장의 주식 대박 의혹이 불거지자 법무부는 “진 검사장 개인의 문제”라며 침묵했다. 공직자윤리위원회가 담당해야 할 일이라며 자체 감찰에도 나서지 않았다. 그 사이 진 검사장은 주식매입 자금이 개인 돈이라고 해명했다가 처가 돈이라고 말을 바꾸는 등 국민을 상대로 뻔뻔한 거짓말을 계속했다. 공직자윤리위가 지난 5월 17일 ‘거짓 소명’을 이유로 징계 의결을 요구한 뒤에야 법무부는 대검찰청에 진 검사장에 대한 검찰총장의 징계 신청을 요청했다.

진 검사장 재산 몰수 가능성

법원이 진 검사장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면 진 검사장은 징역형과 함께 재산을 몰수당할 가능성이 높다. 공무원 범죄에 관한 몰수 특례법에 따라 검찰이 뇌물로 본 10억원의 추징이 가능하다. 이 돈으로 벌어들인 시세 차익 126억원도 범죄로 얻은 불법 수익으로 판단해 환수할 수 있다. 진 검사장이 126억원 가운데 일부를 다른 주식에 투자했거나 부동산을 매입했다면 그 역시 몰수 대상이다.

진 검사장이 처남 명의로 청소 용역회사를 통해 대한항공으로부터 따낸 일감 134억원도 공무원 범죄에 관한 몰수 특례법이 적용될 수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일감 받은 부분에 있어서 대가성이 인정되면 이 역시 추징 대상이 될 수 있다”면서 “다만 134억원 전체 금액을 대상으로 할지는 구체적으로 따져볼 부분이 있다”고 밝혔다. 대가성이 인정돼도 청소용역 근로자들에게 지급된 임금과 운영비 등은 몰수 대상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크다.

이금로 특임검사팀은 17일에도 구속된 진 검사장을 불러 조사를 계속했다. 주요 수사 사안은 넥슨 이외의 차명주식 소유 의혹과 한진그룹 관련 내사 개입 의혹 등이다. 진 검사장은 2011년 보안업체 P사의 주식을 차명 소유했다가 지난해 처분해 수억원대 시세차익을 거뒀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진 검사장이 한진그룹 관련 내사를 종결하는 과정에서 실제 부당행위가 있었는지 등도 수사대상이다. 특임검사팀 관계자는 “구속된 진 검사장을 대상으로 제기된 다양한 의혹들에 대한 확인 조사를 하고 있다”며 “조사 결과에 따라 범죄사실이 추가될 수 있다”고 밝혔다.

노용택 황인호 기자 ny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