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최저임금 결정공식 합의를 위한 대토론회 열자

입력 2016-07-17 18:57
최저임금 결정과정의 난맥상이 극에 달했다. 노와 사측 대표들은 협상할 시늉조차 내지 않은 채 책임회피로 일관했다. 매년 되풀이되는 구태지만 올해는 특히 심했다. 양측은 최저임금 결정 법정시한을 넘겼고, 결국 최종 시한인 16일 노동자 위원들이 전부 퇴장한 가운데 사용자 위원 7명과 공익위원 9명이 내년 최저임금을 올해보다 7.3%(440원) 오른 6470원으로 제안한 사용자안을 표결에 부쳐 결정했다. 공익위원들도 제 역할을 못했다. 최저임금 결정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협상이란 양보를 전제로 상대방과 토론을 거듭하면서 접점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그러나 최저임금위원회의 노사 위원들은 양보는 곧 굴복이라는 듯이 행동한다. 2007년 이후 10년간 최저임금 결정에서 노·사·공익이 합의한 경우는 2번에 불과했고, 7번이 공익위원 안대로 결정됐다.

우선 최저임금제도로부터 우리 사회가 기대하는 효과와 부작용에 대한 어느 정도의 합의부터 마련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노사관계 관련 학자들과 노동계 및 경영계 내 다양한 지위를 망라하는 대표들이 참가하는 일련의 토론회를 개최하고, 여기에서 최저임금 1만원 인상안의 타당성 여부에 대한 결론을 내도록 하자. 예컨대 야당이 제시한 4년 내 1만원을 달성하려면 매년 13.5%씩 인상돼야 한다.

최저임금의 인상 목표가 설정되면 그 수준에 합당한 최저임금 산출 공식을 정해 매년 자동으로 인상폭을 결정하도록 하면 노사 간의 소모적 다툼을 대폭 줄일 수 있다. 공식은 노사정 대화기구에서 5년마다 보정토록 하고, 경제위기나 돌발변수가 생길 경우 최저임금위원회를 소집해서 최저임금 결정공식에 변화를 주도록 한다. 초기의 제도 변화과정을 국회에서 주관하도록 하는 것도 한 가지 방안이다.

최저임금위원회는 이번 결정으로 임금이 오를 노동자가 336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임금노동자 5명 중 1명(17.4%)꼴이다. 이처럼 최저임금의 영향률이 높아지면 최저임금을 못 받는 노동자, 즉 불법사례가 많아진다. 최저임금제도가 근로빈곤층의 생활수준 향상과 양극화 완화에 기여하려면 무엇보다 현장에서 잘 지켜져야 한다. 그렇지만 고용노동부의 최저임금 미지급 적발건수는 2011년 2077건에서 지난해 919건으로 줄어든 반면 노동자들의 신고건수는 800건에서 2010건으로 늘었다. 이는 근로감독이 강화돼야 함을 말해준다.

이와 함께 많은 영세 자영업자들이 최저임금을 못 준다고 버티는 것은 최저임금 수준이 높아서라기보다는 자영업자들 간의 과당경쟁과 이윤을 독점하는 대기업의 횡포 탓이다. 최저임금 결정구조의 재편과정에서 대기업·중견기업과 이에 맞서는 하청기업과 자영업자들 간에 공정한 이윤배분을 위한 협상의 장이 꼭 마련돼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