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강현실(AR) 게임 포켓몬고가 세계적인 돌풍을 일으키면서 지식재산권(IP·Intellectual Property)의 힘이 다시 한 번 주목받고 있다. IP는 저작권 전체를 아우르는 말이지만 게임 업계에서는 캐릭터나 이야기 등 독창적인 콘텐츠를 가리키는 말로 쓰인다.
포켓몬고는 1996년 닌텐도가 만든 게임 포켓몬의 캐릭터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포켓몬은 게임뿐만 아니라 애니메이션으로도 제작돼 지금까지 전 세계 어린이들에게 사랑받는 콘텐츠다. 포켓몬고의 인기는 AR이라는 새로운 장르가 주는 신선함도 있지만 게임을 가장 많이 즐기는 20∼30대에게 친숙한 포켓몬 캐릭터들이 등장하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포켓몬고는 나이앤틱과 포켓몬 컴퍼니, 닌텐도 등이 공동 제작했다. 게임 개발은 나이앤틱이 전담했고 포켓몬 컴퍼니가 배급을 담당한다. 포켓몬 컴퍼니는 닌텐도가 포켓몬 IP 관리를 위해 만든 자회사다. 닌텐도가 한 일은 포켓몬 IP를 잘 관리해 다양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 전부라고 할 수 있다.
포켓몬고가 인기를 끌면서 닌텐도의 주가는 하늘 높이 치솟고 있다. 영국 텔레그래프는 닌텐도 주가가 최근 6년 사이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닌텐도 주식은 15일 일본 도쿄증시에서 전날보다 9.8% 오른 주당 2만7780엔에 거래됐다. 닌텐도 주가는 1주일 사이 86% 뛰었고 시가총액은 150억 달러(약 17조원)가 됐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닌텐도의 기업가치가 미쓰비시 상사, 유니클로 등을 뛰어넘었다고 전했다.
한때 전 세계 최고 게임회사였던 닌텐도는 모바일 시대로 접어들면서 어려움을 겪어왔다. 하지만 포켓몬고의 성공으로 화려하게 재기했다. IT업체 관계자는 “새로운 플랫폼에 대한 대응은 늦었지만, 닌텐도가 가진 IP의 힘은 여전히 대단하다”고 설명했다. 닌텐도는 ‘슈퍼마리오’ 캐릭터 IP도 보유하고 있다.
국내 게임업계는 강력한 IP를 보유한 일본 업체들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최근 일본 인기 애니메이션 원피스를 소재로 한 ‘원피스 트레저 크루즈’가 매출 상위권을 기록하고 있다. ‘클래시 오브 클랜’처럼 대규모 마케팅을 하지 않았는데도 사용자들이 자발적으로 게임을 찾는다는 것이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IP의 양과 질이 우수한 일본 업체들이 적극적으로 모바일 게임 개발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영화계에서는 마블, DC코믹스 등 만화를 원작으로 하는 슈퍼히어로물을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을 정도다. 이를 기반으로 한 게임도 등장해 인기를 끌고 있다.
카카오톡과 라인의 성공에도 캐릭터를 빼놓을 수 없다. 대화창 이모티콘으로 시작된 카카오프렌즈와 라인프렌즈는 오프라인 매장으로 영역을 확대하며 다양한 모습으로 소비자를 만나고 있다. 이달 초 문을 연 카카오프렌즈 강남 플래그십 스토어는 줄을 서고 기다려야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호응을 얻고 있다. 라인은 지난 14일 뉴욕증시에 상장하면서 브라운 등 캐릭터로 장식한 조형물을 전시하기도 했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
[기획] 포켓몬고 돌풍… IP의 힘이 주목받는다
입력 2016-07-18 0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