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만난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게임 업체 마케팅 담당자는 자신의 회사를 자랑하면서 대학 풋볼팀 후원을 얘기했다. 버클리 공대 풋볼팀이다. 이 학교 출신인 회사 대표는 창업 당시 교수의 조언을 받은 게 감사해 기부를 고민했고 풋볼팀을 후원하기로 했다. 그는 미국에선 많은 기업이 프로부터 아마추어까지 스포츠에 다양한 형태로 후원하고 있다는 말도 했다. 미국 프로야구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를 보자. 홈구장 이름은 AT&T파크다. 코카콜라의 후원으로 만든 대형 코카콜라병 모형은 이 구장의 명물이다. 메이저리그 30개 구단 중 17개 홈구장이 기업의 이름을 쓰고 있다. 지난 7일 우리 정부도 투자활성화 대책을 발표하면서 스포츠 산업을 미래 먹거리로 꼽았다. 프로스포츠 구장 운영권을 구단에 주는 기간을 50년으로 늘리고 구장 명칭 사용권도 활성화하겠다고 했다. 미국과 일본이 모델이었다.
과거에 수익구조를 개선하겠다며 프로야구 구단이 지방자치단체로부터 경기장 운영권을 받아 수익 사업에 나섰다는 내용을 다룬 기사가 있었다. 수익 사업 중 하나로 구장 명칭 사용권을 갖게 된 구단의 이야기였다. 이 기사를 떠올린 데는 정부 발표 내용을 스포츠 구단이 예전부터 고민해 왔다는 것을 얘기하기 위해서다. 여전히 기업은 스포츠 마케팅에 수익성이 없어 투자에 적극적이지 않다. 그러니 정부 발표로 구단의 모기업만 부담을 갖게 될 수 있다.
미국의 프로구단들은 지역 사회의 일원이 되기 위해 끊임없이 소통하면서 지역 공동체로 자리 잡았다. 기업은 지역 사회와 주민을 위한 기부 형태로 프로구단을 후원하고 있다. 이 같은 문화가 자리 잡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에선 무작정 키우겠다는 발표만 했다는 거다. “만약 중국의 샤오미가 잠실구장 명칭권을 가져가면 여론은 들끓을 게 분명하다. 결국 정부는 구단과 모기업을 압박하지 않겠나.” 한 프로구단 관계자의 씁쓸한 말이다.
서윤경 차장
[한마당-서윤경] 알아서 하는 마케팅
입력 2016-07-17 18: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