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경(28·페네르바체)이 국제배구연맹(FIVB) 초대 선수위원으로 선정됐다. 세계 최고의 여자 레프트 공격수로, 40년 만에 올림픽 메달을 노리는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의 주장인 김연경은 전 세계 선수들 권익을 보호하고 FIVB의 입장을 수렴하는 행정가로 보폭을 넓혔다.
FIVB는 17일 홈페이지에 “선수위원회 설립을 승인했다”고 전하면서 10명의 위원 명단을 공개했다. 김연경은 이 명단에 올랐다. 선수위원은 9개국에서 10명의 배구 및 비치발리볼 국가대표로 구성됐다. 아시아 출신은 김연경과 중국 비치발리볼 국가대표 쉬에천(薛晨) 등 2명이다.
FIVB가 선수위원회를 발족하면서 김연경을 포함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다. 김연경은 현세대 여자배구 최고의 스타플레이어다. 세계 각국의 여러 지도자와 동료로부터 인정받은 한국의 유일한 선수다. 지오반니 귀데티(이탈리아) 네덜란드 대표팀 감독은 지난 5월 일본 도쿄에서 열린 올림픽 세계예선을 마치고 “20년 동안 김연경과 같은 선수를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유럽배구연맹(CEV) 챔피언스리그 최우수선수(MVP) 이력을 가진 한국 선수도 김연경뿐이다. 김연경은 2005년 흥국생명에서 프로로 입문했다. 2009년 일본 JT마베라스를 거쳐 2011년 유럽 최고의 명문구단 터키 페네르바체로 옮겼다. 페네르바체 입단 첫 시즌인 2011-2012 터키리그 22연승을 이끌었고 챔피언스리그를 포함한 각종 유럽대회 타이틀을 휩쓸었다.
지금은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의 주장 완장을 차고 1976 몬트리올올림픽 동메달 이후 40년 동안 수확하지 못한 메달을 겨냥하고 있다. 스스로에겐 2012 런던올림픽에 이어 두 번째 도전이다. 한국은 올림픽 여자배구 조별리그 A조에서 일본 러시아 아르헨티나 브라질 카메룬과 8강 진출을 다툰다.
김연경은 지난 12일 충북 진천선수촌에서 열린 여자배구팀 미디어데이에서 “선수 생활을 오래해 2020 도쿄올림픽에도 출전하면 좋겠지만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마음가짐으로 준비하고 있다. 이 절실함이 좋은 결과로 이어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FIVB는 지난 15일 스위스 로잔 본부에서 이사회를 열고 선수위원회 발족을 승인했다. 선수위원회는 2016 리우올림픽이 열리는 다음 달 중으로 출범할 예정이다. 김연경에겐 현역 선수생활 이후 전향할 행정가 인생의 포석이자 첫 번째 발걸음이다.
초대위원장은 2000년대 브라질 남자배구 스타플레이어로 지금은 40세의 나이에 현역선수 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지바다.
김연경, 쉬에천과 함께 엘라오노라 로 비앙코(이탈리아), 예카테리나 가모바(러시아), 블라디미르 그리비치(세르비아), 바르토스 쿠렉(폴란드), 줄리어스 블링크(독일), 엠마누엘 레고(브라질), 케리 월시(미국)가 선수위원으로 이름을 올렸다. 모두 현역으로 활동하는 선수들이다.
지바는 선수위원회를 대표해 “세계 배구의 발전, 선수의 보호 및 지원, 그리고 배구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삶의 질이 향상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FIVB 아리 그라차 회장은 “선수들에게 좋은 환경을 제공하고 지원하는 데 있어 선수위원회 설립은 가장 중요한 첫걸음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배구 여제’ 김연경 행정가로 첫 발
입력 2016-07-17 18: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