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 NASA 우주복의 심장 ‘배터리’ 공급한다

입력 2016-07-17 18:50 수정 2016-07-17 21:14

배터리 업계 최고의 기술경쟁력을 보유한 LG화학이 미국 항공우주국(NASA·나사)이 제작하는 탐사용 우주복 배터리 공급업체로 선정됐다. 국내 배터리 생산업체로서는 첫 우주산업 진출이다. 이미 전기차·선박·드론 등 여러 분야에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는 LG화학은 나사와의 공급계약을 계기로 항공·우주 산업시장도 적극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까다로운 나사 ‘안전성 기준’ 통과

LG화학은 올해 하반기부터 나사의 탐사용 우주복에 리튬이온 배터리를 공급하는 업체로 선정됐다고 17일 밝혔다. 나사는 해당 배터리를 우주복에 전원을 공급하는 용도로 사용할 예정이다. LG화학 배터리는 우주 비행사의 생명보존을 위한 산소공급 장비, 통신장비, 방사능 측정기 등 우주복에 장착된 다양한 기기에 전력을 공급하는 ‘심장’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나사는 최근까지 우주복에 은아연(Silver-Zinc) 배터리를 사용해 왔다. 은아연 배터리는 안전성과 집적도가 높아 항공·우주 및 군사용으로 주로 사용된다. 그러나 비싸고 수명이 짧다는 단점이 있다. 나사는 이런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리튬이온 방식의 배터리를 택했다. 일본과 한국 등 주요 배터리 업체들의 샘플로 성능 테스트를 한 끝에 LG화학 제품을 최종 낙점했다. LG화학이 공급하는 배터리는 은아연 배터리보다 수명은 5배 길고 가격이 저렴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LG화학 배터리는 나사의 엄격한 안전성 실험에서 가장 우수한 성적으로 기준을 통과했다. 나사는 직접 설계한 실험 장치로 배터리 내부단락에 의한 열 폭주 시 배터리 셀의 움직임에 대한 안전성을 검증한다. 내부단락은 배터리 내에서 양극과 음극이 맞닿는 상황으로 화재 등의 원인이 된다. LG화학은 독자적으로 개발한 SRS(안전성강화분리막) 기술로 나사의 까다로운 기준을 넘어섰다. SRS 기술은 배터리 핵심 소재인 분리막 원단에 세라믹 코팅으로 열과 기계적 강도를 높여 내부단락을 방지하는 안전성 핵심 기술이다. LG화학 이웅범 전지사업본부장(사장)은 “나사와의 파트너십을 강화해 다양한 항공·우주 기기에 LG화학 배터리가 적용되도록 시장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육·해·공 이어 우주까지 진출

LG화학은 전기차와 선박, 드론 등 다양한 배터리 산업 분야에서 업계를 선도하고 있다. LG화학은 국내 현대·기아차를 비롯해 미국의 GM과 포드, 유럽의 르노와 볼보, 중국의 상하이자동차 등 완성차 업체 20여곳에 전기차용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다. 일본 배터리 시장조사업체 B3의 보고서에 따르면 LG화학은 전기차 배터리 점유율 16.6%로 지난해 세계 2위를 차지했다. 업계에선 올해 출시되는 전기차 기준으로 세계 물량의 32.2%를 LG화학이 공급해 1위로 올라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ESS(에너지저장시스템) 배터리 부문에서도 LG화학은 가장 앞서 있다는 평가다. 지난해 6월 네비건트리서치 조사 결과 LG화학은 ESS 배터리 경쟁력 부문에서 84.0점(100점 만점)을 받아 삼성SDI(83.5점), 중국 비야디(BYD·72.9점)보다 앞섰다.

또 지난해 6월에는 노르웨이 조선사인 아이데스빅의 세계 최초 하이브리드 선박에 리튬이온 배터리를 공급해 국내 업체로는 최초로 전기선박 시장에도 진출했다. 최근에는 주요 드론업체들의 플래그십 드론모델에도 LG화학 배터리가 탑재되고 있다.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