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군부가 15일 밤(현지시간) 일으킨 쿠데타는 6시간 만에 실패로 끝났다. 쿠데타 세력은 한때 이스탄불 국제공항과 수도 앙카라의 주요 시설을 장악했지만 시민들의 저항에 빠르게 무너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쿠데타 세력이 민간 방송사와 SNS를 제공하는 인터넷 연결망을 초기에 장악하지 않은 이유가 의문이라고 보도했다. 이로 인해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 측은 지지자에게 거리로 나와 쿠데타 세력에 저항하라고 호소할 수 있었다.
쿠데타 세력이 정보·보안 시설을 신속하게 접수하지 못하는 허점도 드러났다. 군용 헬기가 의회 건물을 폭격해 야당과 반(反)에르도안 세력을 모두 적으로 돌리는 우도 범했다.
쿠데타 정황은 15일 오후 10시29분 처음 포착됐다. 쿠데타 세력의 병력이 이스탄불 보스포러스 해협 대교와 파티프 대교를 봉쇄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군 차량과 장갑차가 이스탄불 시내로 진격하는 장면도 목격됐다.
오후 10시50분 전투기와 헬리콥터가 수도 앙카라 상공에 나타났다. 앙카라에서 총격소리가 들린다는 보도도 나왔다. 오후 11시쯤 비날리 이을드름 터키 총리는 “군부 집단에 의한 불법적 시도가 자행되고 있다”고 쿠데타 사실을 알리면서 “국민의 투표로 뽑힌 정부는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고 밝혔다.
쿠데타 세력은 오후 11시25분 성명을 내고 “민주주의 질서를 보호하기 위해 권력을 장악했다”면서 “기존 외교관계는 계속되며 법치를 중시하겠다”고 발표했다. 오후 11시47분 국영 아나톨루통신은 “후루시 아카르 군 참모총장이 앙카라 군사본부에서 쿠데타 세력에 인질로 붙잡혔다”고 보도했다.
다음 날인 16일 오전 12시5분 쿠데타군은 ‘조국평화위원회’ 명의로 계엄령 및 야간 통행금지를 선포했다. 이어 오전 12시20분 에르도안 대통령은 CNN튀르크와의 스마트폰 영상통화에서 “시민들은 거리로 나가 쿠데타에 맞서라”고 촉구하며 수도 앙카라로 돌아가겠다고 밝혔다.
오전 1시8분 쿠데타 세력이 의회 건물을 포위해 정부군과 탱크로 포격전을 벌이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2시5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성명을 통해 “터키의 모든 정당은 민주적 절차로 선출된 정부를 지지해야 한다”고 촉구해 에르도안 대통령을 지지했다.
오전 3시20분 에르도안 대통령을 태운 비행기가 이스탄불 국제공항에 착륙해 쿠데타가 실패했을 가능성을 시사했다. 오전 3시45분 에르도안 대통령은 “쿠데타는 실패했다”고 선언했다.
배병우 선임기자 bwbae@kmib.co.kr
한여름 밤의 ‘6시간 천하’
입력 2016-07-17 18: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