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프로축구 3부리그에 있는 키 169㎝의 단신 미드필더. 아프리카 말리에서 태어나 프랑스 국적을 취득한 흑인청년. 은골로 캉테(25·사진)는 3년 전까지만 해도 유럽축구 언저리에 있는 여러 아프리카 이민자 선수들 중 하나였다.
생계형 축구선수였다. 9형제를 먹여 살리기 위해 집에서 경기장까지 지하철로 출퇴근했지만 열차 안에서 그를 알아보고 싸인이나 사진촬영을 요구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2013년 여름 프랑스 3부리그 US 불로뉴에서 2부리그 SM캉으로 이적할 때 그의 몸값은 4만3000파운드(6510만원)였다. 그랬던 그가 3년 만에 몸값을 700배로 불리고 ‘신데렐라 스토리’의 주인공이 됐다. 캉테는 17일 이적료 3043만 파운드(460억원)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부자구단 첼시에 입성했다.
캉테는 유로 2016을 마치고 개장한 유럽축구의 여름 이적시장 초반에 가장 크게 대박을 터뜨린 블루칩이다. 레스터시티에서 제이미 바디(29·잉글랜드) 리야드 마레즈(25·프랑스)와 함께 지난 시즌 프리미어리그 우승을 이끈 주인공 중 하나다.
캉테는 골이나 어시스트와 같은 개인기록보다 공간장악과 공수조율 등 전술적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부지런히 뛰어야 하는 수비형 미드필더다. 레스터시티가 창단 132년 만에 프리미어리그를 정복하는 과정에서 전개했던 압박수비와 빠른 역습은 캉테 없이 불가능했다.
프랑스 축구대표팀에서도 중책을 맡았다. 바디처럼 역습에 능한 공격수 앙투안 그리즈만(25·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을 2선에서 지원해 득점왕(4골)으로 만들었다. 좌우 윙어와 풀백이 제 역할을 해내지 못한 프랑스는 송곳처럼 세로로 늘어선 그리즈만과 캉테 덕에 결승까지 오를 수 있었다. 프랑스는 준우승했지만 캉테의 도전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유로 2016에서 이탈리아를 지휘했고 다음 시즌 첼시의 신임 사령탑을 맡은 안토니오 콩테(47·이탈리아) 감독은 캉테를 주목했다. 첼시를 소유한 러시아 석유재벌 로만 아브라모비치(50)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팀 리빌딩을 단행하는 과정에서 벨기에 공격수 미키 비추아이(23)에 이어 두 번째 영입대상으로 캉테를 지목했다.
아브라모비치는 레스터시티가 지난해 여름 SM캉에서 지불했던 이적료(765만 파운드·116억원)를 4배로 늘리고 캉테를 영입했다. 캉테에게 주어질 임무는 미드필더 에당 아자르(25·벨기에)와 연계한 중원장악이다. 캉테는 “꿈을 실현했다”고 말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아프리카 말리서 태어난 키 169㎝ 단신 미드필더 캉테, 3년 만에 몸값 700배 ‘인생역전’
입력 2016-07-17 18: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