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프로야구 전반기엔 유독 만년 유망주에서 주전으로 발돋움 한 선수가 많았다. 항상 그라운드의 조연이었다가 마침내 주연으로 우뚝 서 많은 팬들의 감동을 자아냈다. 짧은 올스타 브레이크를 마치고 이제 19일부터 프로야구는 후반기에 돌입한다. 대기만성의 선수들이 이제 소속 팀의 가을야구 진출에 힘을 보태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만년 유망주 꼬리표 뗀 최승준
지난달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선정한 월간 최우수선수(MVP)는 SK 와이번스 최승준이었다. 최승준은 LG 트윈스에서 거포 유망주로 주목받았지만 자리를 잡지 못해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1군 36경기에 출전하는데 그쳤다. 결국 지난 겨울 자유계약선수(FA) 계약을 맺은 정상호의 보상선수로 SK 유니폼을 입었다. 그런데 입단 10년 만에 잠재력을 한껏 과시하고 있다. 개막전 엔트리에 들었다가 곧바로 2군에 내려갔지만 절치부심한 최승준은 올해 전반기에만 타율 0.285 19홈런 41타점을 기록했다. 특히 6월 한 달 동안 26경기에서 타율 0.337 11홈런 24타점을 몰아쳤다. SK는 5월 3연패와 4연패를 당하며 팀 순위가 7위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최승준이 불방망이를 휘두르며 4위로 전반기를 마쳤다. 최승준은 “입단 이래 내가 꿈꿔온 삶을 요즘 살고 있다”며 “앞으로도 페이스를 잘 유지해 팀 성적이 더 좋아지는 데 도움을 주겠다”고 다짐했다.
육성선수 시련 이긴 채은성
LG는 2009년 육성선수로 입단한 채은성에게 가을야구에 대한 희망을 걸고 있다. 채은성은 지금까지 그저 그런 선수였다. 현역으로 군대를 다녀오는 등 시련을 겪다가 2014년 5월 정식 선수로 등록됐다. 채은성은 그 설움을 올해 완벽히 떨쳐내고 있다. 전반기 78경기에 출전해 타율 0.331 8홈런 56타점을 기록했다. 특히 채은성은 지난달 0.402(92타수 37안타)를 때려내며 쓰러져가던 팀을 지탱했다. 눈에 띄는 활약에 채은성은 생애 첫 올스타에 선정되는 기쁨도 누렸다. 채은성은 “그동안 기회만 받았지 꾸준하게 뭔가 보여주지 못했다”며 “풀타임 시즌은 처음인데 야구장에 나갈 때마다 최선을 다하려 한다”고 말했다.
지명순위 꼴찌 신화 김호령
KIA 타이거즈 김호령은 2015년 신인드래프트 2라운드 10라운드(전체 102순위)로 입단했다. 전체 지명순위 꼴찌로 간신히 프로에 입문했다. 계약금 3000만원에 연봉 2700만원을 받았다. 그래도 외야수로 수비가 탄탄했다. 그 덕에 지난해 103경기를 뛰었다. 악착같이 뛰고 또 뛰었다. 그러나 타격이 문제였다. 타율 0.218 1홈런 21타점 15볼넷 11도루 31득점에 그쳤다. 그랬던 김호령이 올 시즌 완전히 달라졌다. 전반기에 63경기에서 타율 0.291 4홈런 22타점 16볼넷 11도루 37득점으로 맹활약했다. 팀의 주전 1번 타자로 거듭나며 김기태 감독을 흐뭇하게 만들고 있다. 김호령은 “마지막에 지명받을 때의 기분을 지금도 잊지 않고 있다”며 “수비와 타격을 모두 잘하는 중견수로 꼭 성장하겠다”고 밝혔다.
천재 타자의 부활 김문호
롯데 자이언츠 김문호는 덕수정보고 시절 황금사자기, 화랑대기 최우수선수(MVP)를 휩쓸며 ‘천재 타자’로 이름을 떨쳤다. 볼티모어 오리올스 김현수, 피츠버그 파이어리츠 강정호와 트로이카를 형성하며 최고 유망주로 이름을 올렸다. 그런데 롯데 입단 후 김주찬, 손아섭, 전준우 등에 밀려 백업을 전전했다. 자신감이 사라지자 방망이도 맞지 않았다. 그런데 올 시즌 달라졌다. 입단 10년 만에 고교 시절 명성을 되찾았다. 올 시즌 전반기 78경기에서 타율 0.344 5홈런 41타점 8도루 52득점으로 활약하며 테이블세터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개막 이후 두 달이 넘도록 4할 타율을 지켰다. 현재는 타율 5위, 최다 안타 공동 2위, 출루율 10위다. 김문호는 “항상 꾸준히 열심히 하는 선수가 되고 싶다. 풀타임이 목표”라며 “팀으로는 가을 야구가 목표”라고 강조했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
[프로야구] 조연서 주연으로… ‘결말’ 다른 드라마
입력 2016-07-17 18: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