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억 꿀꺽한 아파트 ‘공모자들’… 공사 내역서 조작 노후수도관 길이 부풀려

입력 2016-07-17 18:46

낡은 수도관 길이를 부풀려 공사비 수억원을 가로챈 아파트 동대표와 관리사무소 직원, 건설사 임원 등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아파트 노후 수도관의 길이를 늘려 서울시와 아파트입주자대표회의로부터 공사지원금 3억8200만원을 가로챈 혐의(사기)로 아파트 동대표 김모(66)씨와 관리소 직원 이모(57)씨를 구속했다고 17일 밝혔다. 이들과 함께 범행을 꾸민 A건설사 부사장 유모(44)씨 등 5명은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이들은 지난해 1월부터 9월까지 서울 마포구의 한 대단지 아파트 수도관 2740m를 교체하는 과정에서 설계도면과 공사 내역서를 조작해 노후 수도관을 3857m로 부풀렸다. 이들은 서울시로부터 5억원,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로부터 3억5000만원을 받아 총 8억5000만원을 받았지만 실제로 공사에 쓰인 비용은 4억6800만원이었다.

김씨와 이씨는 시공업체의 입찰자격을 제한해 A건설사가 공사를 따내도록 도운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시는 2007년부터 일반주택이나 아파트가 낡은 수도관을 교체하면 공사비 중 일정금액을 지원하는 ‘노후 수도관 교체공사 지원사업’을 벌이고 있다. 서울시는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수도관 교체공사에 794억원가량을 지원했다. 올해 예산은 448억원 규모다.

경찰은 공사비 승인을 하는 입주자대표회의와 서울시가 관련 서류를 제대로 검토하지 않고, 현장조사도 허술하게 하는 바람에 범행을 막지 못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경찰은 서울시 지원금을 받은 다른 아파트에서도 불법행위가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할 예정이다.

홍석호 기자 wi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