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형식적이고 절박감도 없는 새누리당 총선 백서

입력 2016-07-17 18:56
새누리당이 4·13총선 패배 원인을 담은 ‘국민 백서’를 17일 내놨다. 선거에서 패한 지 석 달여가 지난 뒤다. 그런데 백서를 받아 본 첫 느낌은 형식적이고, 알맹이가 빠졌으며, 절박감이 없다는 것이다.

백서는 새누리당의 선거 패배 원인을 7가지 키워드로 설명했다. 계파 갈등, 불통, 자만, 무능, 공감 부재, 거짓 쇼·진정성 부재, 선거구도 등이다. 계파 간 밥그릇 싸움, 불통의 정부와 거수기 여당, 180석을 얻을 것이라는 오만 등이 참패를 불러왔다는 것이다. 이 같은 분석을 도출하기 위해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한 표적집단면접조사(FGI)와 SNS 의견 수렴, 출입기자단 설문조사, 당 사무처 내부평가, 전문가 인터뷰, 당내 경선 후보자 인터뷰를 거쳤다고 새누리당은 밝혔다.

그러나 백서가 적시한 패배 원인은 그동안 전문가와 언론 등에서 숱하게 거론됐던 것들이다. 오히려 더 후퇴했다는 비판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발간을 주관한 비상대책위원회가 한시적 기구라는 점을 인정하더라도 백서는 총선 패배의 책임 소재를 보다 명확히 지적하고, 대책을 제시했어야 했다.

다수의 국민, 특히 과거 새누리당을 지지했던 유권자들은 지난 총선 패배의 책임이 누구에게 있고, 누가 더 져야 하는지를 잘 알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진실한 사람’ ‘배신의 정치’ 발언 이후 친박 주류가 비박계를 공천에서 배제하기 위해 온갖 꼼수를 썼고 이 과정에서 ‘옥새 파동’ 등이 터지며 국민들의 새누리당 혐오증은 극에 달했던 것이다. 그런데 백서처럼 친박과 비박, 주류와 비주류의 공동책임으로 접근하면 제대로 된 답이 나올 수가 없다. 양비론은 그냥 덮고 가자는 얘기에 불과하다.

당장 다음 달 9일 전당대회에 출마하는 친박계 후보들은 면죄부를 받은 양 행동할 수 있다. 이런 백서를 토대로 새누리당이 환골탈태의 혁신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