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인 경찰관의 흑인 용의자 사살 사건 이후 미국에서 흑인 소유 은행의 고객이 갑자기 늘었다. 흑인들이 인종차별에 저항하기 위해 일반 은행에 맡긴 돈을 찾아 소유주가 흑인인 ‘시티즌 트러스트 은행(Citizens Trust Bank)’ 등에 넣기 시작한 것이다.
USA투데이는 15일(현지시간) 조지아주 애틀랜타와 콜럼버스 등에 기반을 두고 있는 시티즌 트러스트 뱅크가 최근 새 계좌 8000여개를 개설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흑인 래퍼 ‘킬러 마이크’가 지난 8일 MTV와 BET(Black Entertainment Television)에 출연해 “흑인 100만명이 100달러씩만 흑인이 소유한 은행에 예금하자”고 권유한 뒤 계좌 개설이 갑자기 늘었다. 킬러 마이크는 방송에서 “거리로 나가 총을 쏘거나 폭탄을 터트릴 필요가 없다”며 “은행을 바꾸는 방법으로 힘을 모으면 훨씬 공정한 대우를 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에 흑인이 소유한 은행은 현재 23개로 계속 줄어드는 추세다. 더욱이 불황 때문에 흑인 실업자가 늘고, 이들이 대출금을 상환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시티즌 트러스트 은행의 지난해 말 기준 예금액은 3억28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3.5% 줄었다.
USA투데이는 “흑인 소유 은행에 신설 계좌가 급증하는 것은 최근 전국적으로 일어나는 현상”이라며 “흑인들이 경제적 불평등을 스스로 개선하려는 노력을 시작했다”고 전했다.
고승욱 기자 swko@kmib.co.kr
불평등시대 민권운동 흑인은행 계좌 만들기
입력 2016-07-17 18: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