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문제로 한·중 양국 정부가 곤혹스러운 상황에 처해 있다. 원인은 북한이 제공했는데 피해는 한국과 중국이 입은 형국이다. 미국은 전략적 선택의 폭이 넓어졌고 일본의 아베정부는 이러한 분위기를 틈타 방위비 증강이나 개헌 등 숙원 사업들을 착착 진행 중이다. 중국 정부는 단단히 화가 나 있다. 일부 민족주의적인 언론들은 직설적으로 한국을 비판하기도 하지만 다행히 아직은 중국 일반인들의 정서로까지 확산된 것 같지는 않다. 중국 정부가 자국 언론에 대해서 반한정서가 유발되지 않도록 적절히 수위를 조절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사드 배치 문제가 한·중 간에 큰 문제가 된 것은 다분히 양측 간의 소통 부족이 원인이라고 볼 수 있다. 한국은 사드 배치를 북한 핵 위협에 대한 방패 역할로 보지만 중국은 한국이 미국의 대중국 미사일 포위망에 가담하는 것으로 간주할 만큼 인식 차가 크다. 지난 2년 동안 우리 국방당국은 ‘사드와 관련된 어떠한 요청도 협의도 없었고 따라서 결정된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소위 ‘3 No 정책’으로 일관하다가 갑자기 미국과의 합의사실을 발표해 모두를 놀라게 했다. 애초에 우리의 안보 이익상 불가피한 선택으로 접근하고 꾸준히 중국 측에 이해를 구해 왔더라면 중국이 지금처럼 격렬한 반응을 안 보였을 것이다.
중국 또한 사드 배치에 반대한다고 한국을 윽박지르기만 했지 사드 배치가 어떻게 중국의 안보이익에 반한다는 것인지 그리고 한국 측 입장을 얼마나 경청하려 했는지 되돌아보아야 한다. 3년 전 양국 정상이 합의한 한국 국가안보실장과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간의 고위급 전략대화가 한 번이라도 제대로 개최되었으면 이 정도 상황은 막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제는 지난 4반세기 동안 양측이 애써 쌓아온 신뢰와 협력 관계가 훼손되지 않도록 지혜를 모아야 할 시점이다. 무엇보다 우선 상호 전략적 소통을 강화해야 한다. 양측은 곧 열릴 아시아안보포럼(ARF)이나 9월 초 G20 정상회담 등 모든 기회를 이용하여야 한다.
지금처럼 국제정세가 변화무쌍한 시기에 두 나라 간에 소통이 안 되어 중대한 인식의 차이가 발생했다면 양측 모두에게 손해다. 사드 배치는 당연히 우리의 주권사항이지만 지금에 와서 우리가 이를 너무 강조하는 것도 좋은 모양새가 아니다. 중국이 취할 수 있는 보복조치들 또한 중국의 주권사항일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한국 내 일부에서 중국의 경제보복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중국 지방정부나 국영기업의 작은 움직임까지 경제보복과 연결하여 보려는 자세는 별로 바람직하지 않다. 중국의 경제보복 조치를 배제할 수는 없으나 여러 가지 정황을 종합할 때 중국 측이 그러한 보복조치를 취하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지금은 중국이 세계의 책임 있는 대국이 되려고 무던히 애를 쓰고 있는 시점이다. 정치적 이해관계가 다르다고 해서 경제보복 조치로 인해 그동안 우리와 쌓아온 우호관계를 한순간에 허물어뜨리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중요 안보이슈에 대해서는 거국적·초당적 대처가 필요하다.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국회에서 북한의 비핵화 실현 시 한국에 사드가 계속 배치되어야 할 필요가 없다고 언급한 바 있다. 따라서 여야 책임자들이 함께 중국 측에 대해 사드 배치가 북핵 위협에 시달리는 한국의 고육지책임을 이해시키고 김 실장의 언급내용을 초당적으로 약속한다면 우리의 진정성이 전달될 수 있지 않을까도 생각해 본다. 내년은 한·중 수교 25주년이 되는 해다. 그동안 양국 지도자들과 국민이 쌓아온 우호관계를 소중히 여기면서 다시 한 번 소통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정상기 (건국대 석좌교수·중국연구원)
[한반도포커스-정상기] 사드와 중국
입력 2016-07-17 18: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