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차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 참석차 몽골을 방문 중인 박근혜 대통령은 자유무역 기조 강화 논의를 위한 ASEM 경제장관회의의 내년 한국 개최를 제안했다.
박 대통령은 울란바토르 샹그릴라호텔에서 열린 ASEM 전체회의 선도발언을 통해 “이번 ASEM 정상회의가 역내 자유무역, 포용적 성장 확산에 추동력을 제공하기 바란다”며 “보다 구체적인 실천방안 논의를 위해 내년 한국에서 ASEM 경제장관회의를 개최할 것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50여개 참가국 정상 중 처음으로 선도발언(leading speech)을 했다. 대통령, 총리, 장관 순서인 의전서열과 몽골을 공식 방문하는 정상임을 고려해 아시아 대표 자격으로 첫 발언자로 나선 것이라고 청와대는 설명했다.
박 대통령은 마지막 일정인 갈라만찬에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한 테이블에 나란히 앉았다. 청와대 관계자는 “두 정상은 북한 핵·미사일 도발과 관련한 한·미 및 한·일 간 협력을 평가하고 대북압박 공조를 강화하기로 했다”며 “또 한·일 위안부 합의를 충실히 이행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는 또 박 대통령의 사드 배치 결정에 대해 지지 의사를 표명했다고 교도통신 등 일본 언론이 보도했다.
박 대통령은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와도 같은 테이블에 앉았으나 자리가 떨어져 있어 특별한 대화를 나누진 않았다. 사드 배치에 중국이 강력 반발해온 만큼 리 총리와의 만남 여부가 주목을 받았으나 회의 첫날인 이날 직접 대화는 일단 불발된 셈이다. 리 총리는 다만 앞서 전체회의 세 번째 선도발언을 통해 박 대통령의 ASEM 경제장관회의 한국 개최 제안에 대해 “지지한다”고 밝혔다.
ASEM 경제장관회의가 내년 한국에서 열리면 2003년 이후 14년 만에 이 회의가 재개된다. 박 대통령은 사드 배치에 반발해온 러시아의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총리와도 만나 양국 간 협력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박 대통령은 오후엔 도날트 투스크 EU 상임의장 등과 한·EU 정상회담을 통해 자유무역 등 상호 투자확대를 위한 한·EU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작업을 진행하기로 했다. 박 대통령은 회담에서 “브렉시트 이후 신고립주의나 보호무역주의에 대한 우려가 남아있다”며 “이럴 때일수록 자유무역에 대한 신념을 바탕으로 상호교역 증대를 위해 공조해 나가자”고 말했다. 투스크 상임의장은 “브렉시트는 한·EU 관계에 어떠한 영향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울란바토르=남혁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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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와는 대화·리커창과는 직접 대화 불발
입력 2016-07-16 00: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