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인지하 만인지상(一人之下 萬人之上)’이라는 국무총리. 그 위상은 온데간데없었다. 계란과 물병세례도 모자라 6시간 동안 버스 안에 갇혔고 상의 양복도 벗겨졌다. 흰 와이셔츠에는 분노한 주민들이 던진 날계란의 노란 자국이 선명했다. 하얀 분말소화기 가루가 사방에 뿌려졌다. 그사이 경호원의 보호를 받으며 도망치듯 승용차에 올라야만 했다. 성난 주민에 감금된 지 6시간 만이다.
격앙된 주민들은 트랙터 2대로 출구를 봉쇄하는 극단적인 방법까지 썼다. 이 과정에서 조희현 경북지방경찰청장이 날아온 얼음 물병에 맞아 왼쪽 눈썹 윗 부위가 3㎝가량 찢어지는 불상사도 발생했다.
성주 사드 주민설명회는 그야말로 난장판이었다. 정부 입장을 밝히기 위해 경북 성주를 찾은 황교안 국무총리와 한민구 국방장관에게 15일은 ‘악몽’이었다. 오전 11시40분 미니버스에 감금된 총리 일행은 6시간 만인 오후 5시35분에서야 가까스로 탈출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유혈충돌을 우려해 ‘안전모드’로 진행된 경찰의 작전 탓에 탈출과정은 힘겨웠다. 오후 5시30분, 버스 반대쪽으로 진입한 경찰은 주민들의 관심을 한곳으로 유도하면서 휴대용 분말소화기를 터뜨려 시야를 가리는 사이 총리 일행은 버스를 빠져나왔다.
군청 옆 도로에 미리 대기시켜 둔 승용차로 현장을 벗어나려던 총리 일행은 뒤쫓아온 주민들에게 다시 가로막혔다.
일부 주민은 승용차 앞유리를 파손하고 보닛에 몸을 던지는 등 극렬하게 저항했지만 경찰의 도움으로 가까스로 현장을 벗어나 성산리 군부대에 도착했다. 잠시 휴식을 취한 총리 일행은 오후 6시45분쯤 헬기로 성주를 탈출하는 데 성공했다.
이에 앞서 총리 일행은 이날 오전 11시쯤 헬기를 타고 성주군청을 찾았다. 청사 앞 광장을 가득 메운 주민 5000여명은 ‘사드배치 결사반대’ ‘우리도 사람이다’ 등의 구호를 외쳤다. 황 총리 일행이 청사 정문 앞 계단에 들어서자 날계란과 물병이 줄기차게 날아들었다.
어수선한 상황에서 마이크를 잡은 황 총리는 “사드 배치 발표를 들으셨을 때 여러분께서 예측하지 못한 발표를 듣고 얼마나 놀라셨을지 정말 안타까운 마음으로 저도 이 자리에 섰다”며 “북한이 하루가 멀다 하고 핵 도발을 하고 있어 국가 안위가 어렵다”고 호소했다.
하지만 20분 가까이 황 총리 설명을 듣던 주민들 사이에서는 “개××” “물러가라” “북한 핑계대지 마라” “니가 여기 살아봐라”는 등 거친 발언이 터져 나왔다.
주민들의 거친 항의가 계속돼 황 총리의 발언이 중간 중간 끊기기도 했고 물병과 계란은 계속해서 날아들었다.
오전 11시30분쯤 한 장관이 “여러분께서 걱정하는 사드 전파가 주민 건강에 전혀 유해하지 않음을 과학적으로 입증하겠다”고 밝히자 다시 물병과 계란, 소금 등이 사방에서 날아들었다. 흥분한 일부 주민은 정부 관계자들을 향해 뛰어들려다가 경호원들과 격렬한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성주=김재산 기자
jskimkb@kmib.co.kr
막말·고성·몸싸움… 난장판으로 끝난 ‘사드 설명회’
입력 2016-07-16 00:14 수정 2016-07-16 0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