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현지시간) 오후 10시30분쯤 프랑스 니스에서 프랑스 대혁명 기념일(바스티유데이) 기념 불꽃축제를 즐긴 관광객 수천명은 프롬나드 데 장글레 해변도로를 따라 숙소로 돌아가고 있었다. 흰색 25t 트럭 한 대가 이 길에 들어섰고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 순식간에 벌어졌다. 평화로운 해변도로는 지옥으로 변했고 코발트색 바다가 넘실대던 코트다쥐르 해변은 핏빛으로 물들었다.
‘괴물’ 같은 트럭 휴양지를 덮치다
해안을 따라 7㎞가량 뻗어 있는 이 길에 들어선 ‘괴물’ 같은 트럭은 시속 60∼70㎞로 질주하기 시작했다. 지그재그 모양으로 인파를 향해 돌진했다. 시민들은 환각 상태인 듯 보이는 수염을 기른 운전자를 멈추게 하려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프랑스 기자 다미엔 알레만드는 BBC방송에 “사람들이 마치 볼링 핀이 쓰러지듯 바닥에 뒹굴었다”며 “트럭이 미친 속도로 최대한 많은 사람을 바퀴로 깔아뭉개기 위해 돌진했다”고 표현했다. 고함과 울음소리가 해변을 뒤덮었고 사람들은 뛰고 또 뛰었다.
미처 도망치지 못한 최소 84명이 순식간에 목숨을 잃었고 수백명이 부상했다. 어린이도 여러 명 숨졌다. 트럭은 남쪽을 향해 2㎞가량 달리다 경찰과 대치했다. 경찰은 범인과 총격전을 벌이다 사건 발생 30분쯤 뒤에 범인을 사살했다. 꿀맛 같은 휴가를 보내기 위해 이곳을 찾은 전 세계 관광객들은 가족과 친구를 잃고 오열했다.
니스는 아름다운 해안과 온화한 기후로 전 세계에서 관광객이 모이는 휴양지다. 사건이 발생한 도로는 궂은 날씨에 질린 영국인들이 따뜻한 햇볕을 찾아 자주 방문했다고 해 ‘영국인들의 산책로(프롬나드 데 장글레)’라는 이름이 붙었다. 사우디아라비아 국왕의 별장이 있고 지난해 5월 중국의 톈사그룹 직원 6000여명이 단체여행을 와 기네스 세계기록을 수립하기도 했다. 이번 테러에서 미국인 2명이 희생됐고, 중국인도 2명 부상했다.
31세 튀니지계 프랑스인 계획된 테러
프랑스 경찰은 트럭에서 범인의 신분증을 찾아냈다. AFP통신에 따르면 테러범은 모하메드 라후에유 부렐이라는 31세 튀니지계 남성으로 폭력, 절도, 무기 소지 등의 혐의로 경찰이 예의주시하던 인물이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그가 튀니지와 프랑스의 이중국적자였으며 택배기사였다고 소개했다. 다만 테러와 관련된 전과는 없었다. 트럭은 며칠 전 빌렸고 트럭에는 장총 1자루와 7.65구경 권총 1자루, 모조 수류탄 등 가짜 무기들이 실려 있었다. 계획된 테러였다는 주장에 무게가 실린다. 크리스티앙 에스트로지 니스 시장은 “테러 공범들이 있다”고 말했다. 공범들이 니스와 가까운 이탈리아로 도망갔다는 얘기도 나온다.
배후가 이슬람국가(IS)라는 추측이 무성하다. 미국 인터넷 언론 보카티브(VOCATIV)는 니스 트럭 테러가 발생한 직후 IS 측 매체인 알민바르 포럼에 “이번 공격은 최고사령관 오마르 알시샤니의 사망에 따른 보복조치이며 거룩한 복수를 위한 공격의 시작을 의미한다”는 글이 올라왔다고 보도했다.
미군은 지난 3월 알시샤니가 시리아에서 죽었다고 발표했지만 IS 선전매체인 아마크 통신은 지난 13일 알시샤니가 이라크에서 죽었다고 확인했다. IS 지지자들은 트위터에서 ‘시샤니의 이름으로 공격을’이라는 해시태그를 달면서 추가 테러를 선동하고 있다.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
광란의 질주… 휴양객들 볼링핀처럼 쓰러졌다
입력 2016-07-16 0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