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석(46) 작가는 붓 대신 주사기로 그림을 그린다. 물감을 5㏄의 주사기에 넣고 한 점 한 점 점을 찍는다. 고도의 집중력이 요구되는 수십만 번의 점찍기로 작품이 완성된다. 옷을 접어놓은 것처럼 보이지만 전체적인 형상은 권총, 개, 고양이, 아이스크림, 별 등을 그린 것이다. 이를 통해 실제와 환영의 경계, 사회적 가치의 이면 등을 은유하고 있다.
한남대 미술교육과를 나와 2000년부터 점찍기 작업을 해온 작가는 2009년 영국 런던 사치갤러리에서 열린 ‘코리안 아이’전에 참가하면서 K팝 아티스트로 이름을 높였다. 그의 작업이 호평 받는 이유는 이색적인 작업 도구로 눈길을 끄는 차원을 넘어 일상 풍경을 한 점 한 점 찍어내듯 세상을 풍자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의 작업 전반을 살펴볼 수 있는 개인전이 서울 송파구 롯데백화점 잠실점 에비뉴엘 아트홀에서 24일까지 열린다. “잘 보이지 않는 곳, 마음속 깊이 간직된 것, 마음의 비밀”이라는 의미를 가진 ‘플리(pli·주름)’라는 타이틀로 1997년 첫 개인전 작품부터 최근작까지 회화 및 조각을 선보인다. 작가의 작업실도 재현했다.
요즘 새롭게 시도하는 선 작업도 공개했다. 주사기로 점을 찍는 대신 선을 긋는 방법으로 제작한 신작이다. 붓질의 느낌을 살려 회화의 맛을 보여준다. 지금은 고인이 된 아버지를 그린 인물화와 일상 풍경을 선으로 그린 작품이 끊임없이 실험하는 작가의 내면과 열정을 엿보게 한다(02-3213-2606).
이광형 문화전문기자 ghlee@kmib.co.kr
주사기로 점찍기 수십만 번… 세상 풍자한다
입력 2016-07-17 18: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