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AR 기반 포켓몬風 뜨거운데… VR 키우겠다는 정부

입력 2016-07-16 00:10

말 그대로 열풍을 넘어 광풍이다. 1995년 일본에서 초등학생용으로 제작된 오락게임 닌텐도 포켓몬 얘기다. 포켓몬은 텔레비전, 캐릭터상품 등으로 한때 큰 인기를 끌었지만 모바일 시대에 발맞추지 못하면서 시장에서 사라졌다.

그랬던 포켓몬이 ‘포켓몬 고(Go)’라는 이름으로 세계적 이슈로 떠올랐다. 스토리가 있는 포켓몬 캐릭터에 증강현실(AR)이란 기술을 결합한 게임 포켓몬 고는 지난 6일 북미와 오스트레일리아, 뉴질랜드에서 출시된 후 대박을 터뜨렸다. 닌텐도의 시가총액은 며칠 만에 30%나 급증했고 미국 대선주자들은 선거운동에 활용하기 시작했다.

포켓몬 고가 출시된 다음날 우리 정부는 무역투자활성화 대책을 발표했다. 대책에는 미래 먹거리를 키우겠다며 5개 신산업 중 하나로 가상현실(VR)을 꼽았다. AR은 없었다. 한 IT 전문가는 15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포켓몬 고가 인기를 끄니 조만간 정부가 AR 키우겠다는 정책을 내세울 거란 얘기가 나오고 있다”면서 “기술과 스토리를 접목해 산업을 확대 재생산하는 노력이 필요한데 우리 정부는 이슈만 좇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포켓몬 고는 게임 외에도 다양한 분야에서 효과를 내고 있다. 강원도 속초시는 몰려드는 관광객들로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인기가 높아질수록 정부는 역풍을 맞고 있다. 우선 VR을 키우겠다고 발표한 무투대책을 두고 말이 많다. 올 초 삼성전자 등 대기업들이 VR을 강조하면서 정부가 끌려가듯 VR 육성만 강조했다는 것이다. 이미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는 지난해 ‘ICT 동향 보고서’에서 영국의 투자은행 디지캐피털의 데이터를 인용해 VR보다 AR의 성장 가능성을 이야기했지만 무시됐다.

IT업체 관계자는 “AR의 경우 오히려 실제와 가상이 결합하는 만큼 콘텐츠를 확장할 수 있는 여지가 많은데 정부가 너무 쉽게 버렸다”고 설명했다.

과도한 규제를 질타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포켓몬 고가 국내에서 정식 서비스되지 못한 이유는 규제 때문이라는 것이다. 현재 ‘공간정보 구축 및 관리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측량을 통해 확보한 공식 지도 정보를 해외에 반출할 수 없다. 논란이 커지자 국토부 산하 국토지리정보원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포켓몬 고는 정밀 지도 데이터가 필요한 게임이 아니다”라며 “국내 서비스가 안 되는 건 구글의 지도 요청에 한국 정부가 거부한 것과 관련이 없다”며 해명했다.

반대로 정부는 포켓몬 고 덕에 규제프리존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하는 데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갖고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과도한 규제가 산업 발전을 막는다는 인식이 만들어지는 건 긍정적인 일”이라고 설명했다.

세종=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