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잠을 잘 못 잤습니다. 미국 증권거래소에 라인이 상장되는 장면을 TV로 보면서 뭉클했습니다. 현장에 가 있던 신중호 라인 최고글로벌책임자(CGO)에게 바로 메시지를 보냈죠. ‘울지 말라’고.”
은둔의 경영자로 알려진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창업자)이 15일 강원도 춘천 네이버 데이터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모습을 드러냈다. 2년여만의 공식 석상이다. 네이버의 모바일 메신저인 라인의 미국 일본 동시 상장에 대한 소회를 밝히는 자리였다.
이 의장은 ‘절박했다’는 말로 간담회를 시작했다. 지난 10년간 매달 일본을 오가며 세계 시장의 벽을 체감했다고 했다. 그는 “일본 시장에서 정말 성공하고 싶었다”며 “일본에 나가 있는 직원들과 사업 얘기를 하다 해 뜨는 걸 본 게 한두 번이 아니다”고 회상했다. 그는 “이게 꿈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많았다”며 “꿈에서 깨면 또 꼴찌일까 걱정했다”고 털어놨다.
이 의장의 걱정과 달리 라인은 상장 첫날 대박을 쳤다. 15일 일본 도쿄거래소에서 라인은 공모가(3300엔)보다 32% 급등한 4345엔에 거래를 마감했다. 개장되자마자 공모가보다 48.5% 폭등했으며 장 중 5000엔까지 치솟기도 했다.
지난밤 미국 뉴욕증권거래소 상황도 비슷했다. 공모가 32.84달러에서 시작한 라인은 27% 상승한 41.58달러로 장을 마쳤다. 이후 시간외 거래에서도 추가 상승해 43달러를 기록했다. 이로써 라인의 시가총액은 9214억엔(9조9000억원)으로 10조원에 육박하게 됐다. 이번 IPO(기업공개)로 라인은 약 1조5000억원을 조달하게 됐다. 올해 전 세계 IT 기업의 IPO로는 최대 규모다.
성공적인 출발이지만 막강한 자본력을 갖춘 미국 기업이나 정부의 보호 아래 급성장 중인 중국 기업의 공습에 대한 이 의장의 걱정은 여전했다. 그는 “동영상은 유튜브, SNS는 페이스북 등 글로벌 기업에 한 분야씩 뺏기고 있다”며 “‘포켓몬 고’ 등 새로운 서비스가 나올 때마다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털어놨다. 포켓몬 고 사태로 불거진 구글의 지도 반출 시도 문제에 대해서는 “공룡을 넘어 고질라급인 구글이 세금도 내지 않고 한 국가의 법을 바꾸라고 하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작심한 듯 비판하기도 했다.
이 의장은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기술 투자를 강조했다. 라인 상장으로 얻은 자금 대부분을 기술력을 갖춘 스타트업 투자 등에 쓸 방침이라고 했다. 앞서 라인은 조달한 자금 1조5000억원 중 3839억원을 타법인 증권 취득(기업 인수·합병)에 쓰겠다고 밝힌 상태다. 이 의장은 “이스라엘처럼 기술이 강한 스타트업을 지원해 좁은 국내 대신 해외를 바로 공략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의장은 PC와 모바일 이외에 더 일상적인 하드웨어 기반 서비스와 인공지능(AI) 제품을 출시할 계획도 밝혔다. 그는 “대중적인 일반 사용자들이 접할 수 있는 다른 환경에서 가치를 줄 수 있는 영역을 고민하고 있다”며 “하반기에 AI 등과 접목된 제품을 소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제2의 라인을 만들겠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이 의장은 “유럽과 미국은 기존 메신저로는 공략이 어려워 상장 자금을 통해 북미 등을 겨냥한 새로운 기술이나 서비스에 과감히 투자할 것”이라며 “오늘의 성공을 기반으로 다시 한 번 기회를 찾겠다”고 강조했다.
춘천=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
日서도 ‘라인 대박’… 상장 첫날 32% 폭등
입력 2016-07-16 0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