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기택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부총재가 돌연 휴직한 뒤 한국이 사실상 AIIB 부총재직을 잃은 것을 두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정부가 홍 부총재의 휴직 사실을 미리 알았는지, 중국 측이 홍 부총재에게 휴직·사퇴를 종용했는지 등이 논란의 핵심이다.
15일 정부 관계자의 말을 종합해 보면 홍 부총재는 지난달 22일 한국 정부에 휴직 의사를 전달했다. 기획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홍 부총재가 지난달 22일 전화를 걸어와 ‘AIIB 측과 거취 문제를 두고 얘기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바로 다음 날인 23일 홍 부총재는 AIIB에 6개월 휴직계를 제출했다. 홍 부총재는 이를 당일 정부에 알렸고,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에게도 보고가 됐다. 한국 정부는 28일 AIIB가 홈페이지에 이 사실을 공지할 때까지 함구(緘口)했다. 기재부 고위 관계자는 “AIIB와의 관계를 고려해 공식 발표 이전에 우리 정부가 먼저 밝힐 수는 없었다”고 말했다.
홍 부총재가 휴직할 수밖에 없었던 배경에는 AIIB를 주도하는 중국 측의 압박이 있었다. 검찰의 대우조선해양 부실 수사선상에도 홍 부총재가 올라있는 상황이었고, 지난달 8일 “대우조선해양 구조조정을 당국이 좌지우지했다”는 내용의 홍 부총재 인터뷰가 보도돼 논란이 됐기 때문이다. 중국 측은 홍 부총재가 부총재직을 맡기 힘들 것으로 보고 휴직 아니면 사퇴하는 쪽으로 거취를 결정하라고 압박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사실상 홍 부총재의 복직 가능성은 없다고 보고 지난달 말부터 이달 초까지 AIIB에 부총재직 후임을 한국이 맡게 해달라고 물밑작업을 했다. 그러나 AIIB는 지난 8일 홍 부총재가 맡았던 최고리스크책임자(CRO) 자리를 국장으로 격하하고,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부총재로 격상한다고 발표했다. CFO에는 티에리 드 롱게마르 아시아개발은행(ADB) 부총재가 내정돼 있어, 한국은 사실상 부총재직을 날리게 된 것이다. 한국 정부는 이 사실을 하루 전인 7일 알았다.
AIIB는 지난 1월 출범한 중국 주도의 첫 국제금융기구로 한국은 분담금 37억 달러(4조1977억원)를 내기로 약속하고 부총재직을 얻었었다.
세종=윤성민 기자 woody@kmib.co.kr
홍기택, AIIB에 휴직계 내고 유일호에 알려… 정부는 ‘함구’
입력 2016-07-16 0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