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巨野의 힘’ 과시… 與 ‘초반 밀리면 끝장’ 긴장

입력 2016-07-16 00:01
협치 기대감 속에 출범한 20대 국회 개원 한 달 보름여 만에 여야가 강하게 충돌했다. 새누리당이 ‘전면 보이콧’을 선언하면서 15일 오전 국회 일정은 파행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홍영표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의 ‘유감 표명’으로 국회 공전은 반나절 만에 정상화됐지만 전운(戰雲)은 걷히지 않았다.

與 “초반에 밀리면 안 된다”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홍 위원장의 사과를 요구하며 상임위 일정 전면 중단을 선언했다. 새누리당 지상욱 대변인은 비공개 원내대책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정 원내대표가 홍 위원장의 사과가 없으면 국회 상임위 일정을 전면 중단한다고 했다”고 전했다.

새누리당의 불참으로 오전 예정됐던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와 운영·법제사법·산업통상자원위원회 결산심사, 가습기살균제 사고 국정조사특위 전체회의 등이 모두 공전했다.

앞서 열린 새누리당 원내대책회의에서는 야당에 대한 성토가 쏟아졌다. 정 원내대표는 “새누리당은 19대 국회 때 수적 우세에도 이런 식으로 일방 처리한 적 없다”며 “(야당의 단독 표결은) 총선 민의인 협치를 조롱하고 국회 질서를 깬 폭거”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환노위 여당 간사인 하태경 의원은 “지금 이 사태를 묵인하게 되면 20대 국회 전반에 여소야대(與小野大) 상황을 악용해 국회파행을 야당이 주도할 수 있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새누리당의 강력 반발은 개원 초기에 야당에 대한 기선을 제압하지 못할 경우 20대 국회 내내 정국주도권을 회복하지 못할 것이라는 위기감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野, 여소야대 국회서 실력행사

야당은 전날 환노위 전체회의에서 고용노동부의 노동개혁 홍보비 지출을 문제 삼으며 책임자 징계와 감사청구를 요구하는 내용의 결산안을 여당 위원이 퇴장한 상태에서 단독 통과시켰다. 여소야대 국회에서 수적 우위를 점한 야당의 힘을 단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그러나 그동안 여당의 법안 단독 처리 등을 ‘날치기’라고 비판했던 야당 입장에서 여당이 국회 파행의 책임을 자신들에게 돌리는 상황이 부담스러운 것이 현실이다. 여당이 국회 보이콧까지 선언하며 강력 반발하자 결국 홍 위원장은 국회 당대표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어제 나름대로 최선의 노력을 다했지만 결과적으로 원만히 끝나지 못한 것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더민주 우상호 원내대표도 정 원내대표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원만한 사태 해결을 요구했다.

새누리당이 홍 위원장의 유감 표명을 수용하면서 파행됐던 국회는 반나절 만에 정상화됐다. 그러나 정기국회와 예산국회, 내년 대선전을 치르면서 이번과 같은 양상의 여야 충돌이 반복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이번 충돌은 다수 야당은 어디까지 밀어붙일 수 있는지, 소수 여당은 어디까지 막을 수 있는지 파악하는 일종의 탐색전”이라며 “20대 국회에서는 대선이 가까워질수록 19대 때와 공수가 바뀐 여야 충돌이 계속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