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전반기 결산] 질주하는 곰, 쫓는 공룡, 주저앉은 사자

입력 2016-07-16 00:22
두산 베어스의 외국인 투수 더스틴 니퍼트가 지난 6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6 프로야구 정규리그 넥센 히어로즈와의 경기에서 역투하고 있다. 니퍼트는 전반기 12승으로 두산의 선발 마운드를 이끌었다. 뉴시스
각 소속팀 타선에서 맹활약을 펼치고 있는 박건우, 김재환(이상 두산)과 윌린 로사리오(한화·위쪽부터). 뉴시스
2016 시즌 프로야구가 전반기를 마치고 4일 간의 꿀맛 같은 ‘여름휴가’에 돌입했다. 우승후보로 지목됐던 두산 베어스와 NC 다이노스가 예상대로 선두 그룹을 형성했고, 중하위권 팀들은 치열한 순위 쟁탈전을 벌였다. 지난해까지 정규리그 5연패 위업을 쌓았던 삼성 라이온즈는 전반기를 9위로 마치며 체면을 구겼다.

두산의 폭풍 질주, 뒤쫓는 NC·넥센

두산은 지난 시즌 한국 시리즈 우승팀답게 거침없이 선두를 질주했다. 지난 4월 13일 1위에 오른 뒤 단 한 번도 선두를 내주지 않았다.

두산은 올 시즌 탄탄한 선발 마운드를 구축했다. 외국인 투수 더스틴 니퍼트가 전반기 12승으로 다승부문 1위를 차지했다. 여기에 마이클 보우덴이 10승으로 원투펀치를 이뤘다. 토종들의 활약도 도드라졌다. 좌완 유희관과 장원준은 나란히 9승씩을 책임졌다. 선발투수 4인방이 모두 다승부문 5위권에 진입했다. 타선도 강했다. 박건우가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김현수의 공백을 완벽하게 메웠다. 김재환은 22홈런을 때려내며 신형 거포로 우뚝 섰다.

NC는 호시탐탐 2인자 탈출을 노렸다. 두산과의 전반기 마지막 3연전을 위닝 시리즈로 장식하며 승차를 4.5경기까지 좁혔다. 지난달에는 15연승으로 강력한 우승후보의 면모를 보여줬다.

NC는 박석민의 가세로 ‘나테이박’이라 불리는 강력한 중심타선을 구축했다. 그 중심에는 에릭 테임즈가 있다. 지난해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됐던 테임즈는 전반기 25홈런으로 홈런왕 타이틀을 향해 순항 중이다. 홈런뿐 아니라 출루율(0.463)과 장타율(0.730)에서도 1위를 달리며 4번 타자로서 밥값을 톡톡히 해냈다.

넥센 히어로즈는 예상을 뒤엎고 당당히 3위로 전반기 레이스를 마쳤다. 비시즌 전력 이탈에도 전혀 흔들림이 없었다. 무명 선수들을 발굴해 주전으로 내세워 재미를 봤다.

‘중고 신인’ 신재영은 전반기 최고의 히트작이다. 올해 처음 1군 무대에 데뷔한 신재영은 구속은 느리지만 정확한 제구력을 앞세워 두 자릿수 승수를 쌓았다. 넥센의 토종 에이스를 넘어 올해 강력한 신인왕 후보로 거듭났다. 신재영은 10승 3패 평균자책점 3.33으로 보우덴과 함께 다승부문 공동 2위에 이름을 올렸다.

5위를 잡아라! 중하위권 싸움 ‘점입가경’

4위 SK 와이번스부터 10위 kt 위즈까지 승차는 8경기에 불과하다. SK가 43승 42패로 간신히 5할 승률을 넘기며 한발 앞선 가운데, 플레이오프 마지노선인 5위 자리를 두고 치열한 순위 싸움이 전개됐다.

롯데 자이언츠는 주축 투수들의 연이은 부상 속에서도 전반기를 5위로 마감했다. 김문호, 문규현 등 타자들이 경기 후반 집중력을 발휘한 덕분에 끝내기 승리를 자주 챙겼다. KIA 타이거즈는 외국인 투수 헥터 노에시와 지크 스프라일이 8승씩을 거뒀다. 타선에선 이범호 나지완 등 베테랑 타자들을 중심으로 신구조화를 이뤄냈다. 그러나 롯데와 KIA는 여전히 불안하다. 바로 한화 이글스 때문이다.

한화는 지난 8일 삼성전에서 92일 만에 꼴찌에서 벗어난 뒤 7위까지 도약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2명의 외국인 투수를 모두 교체하는 초강수를 뒀다. 전반기 막판 한화에 합류한 에릭 서캠프와 파비오 카스티요는 위력적인 투구로 원투펀치의 탄생을 예고했다. 외국인 타자 윌린 로사리오는 시즌 초반 부진을 씻고 22홈런으로 후반기를 더 기대케 했다.

심상치 않은 삼성 왕국의 몰락

삼성은 창단 첫 10위의 수모를 겪는 등 힘겨운 전반기를 보냈다. 마운드는 선발 중간 마무리를 가리지 않고 붕괴 수준에 이르렀다. 장원삼 안지만 등 믿었던 베테랑 투수들마저 부진했다. 용병 농사도 흉작이었다. 앨런 웹스터와 콜린 벨레스터는 모두 교체됐다. 구자욱을 비롯한 주축 선수들이 번갈아가며 부상을 입는 악재까지 겹쳤다. 전력 100%를 제대로 써보지도 못했다. 이 와중에 최형우가 전반기 타율 0.358 112안타 76타점으로 4번 타자로 팀의 버팀목 역할을 했다. 아직 중위권 팀들과 승차가 크지 않은 게 그나마 위안거리다. 하지만 지금까지 흐름상 LG, kt와 더불어 탈꼴찌를 먼저 걱정해야 하는 처지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