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훈 “서울시향 사건은 human rights violation이다”

항공료 횡령 의혹으로 경찰에 출석한 정명훈(63·사진) 전 서울시립교향악단 예술감독이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그는 “서울시향 사건은 인권침해” “우리나라는 발전이 필요하다” 등 사건의 본질과 벗어난 말만 했다.

정 전 감독은 15일 낮 12시40분쯤 조사를 마친 뒤 서울 종로경찰서를 나서면서 취재진에게 “8월에 롯데 콘서트홀의 새로 여는 행사에서 만납시다”라고 했다. “혐의를 인정하느냐”는 잇따른 질문에는 “젊은 사람들이 이런 일을 해야 하다니 불쌍하다. 잘 커주길 바란다”며 검은색 승용차를 타고 떠났다.

정 전 감독은 앞서 이날 오전 10시 피고발인 신분으로 출석하면서 “(서울시향) 사건은 순전히 ‘휴먼 라이츠 바이얼레이션(human rights violation·인권 침해)’”이라며 “17명 서울시향 직원들이 그렇게 고통스럽게 당하는 걸 못 봐서, 아니 볼 수가 없어서 도와주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발전이 필요하다” “조사하는 사람이 저보다 더 불쌍하다” 등 딴소리를 했다.

시민단체 ‘사회정상화운동본부’는 지난해 2월 정 전 감독이 자신에게 책정된 항공료를 가족이 사용하게 하고, 자택을 수리하는 동안 머물렀던 호텔 숙박비를 공금으로 지불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정 전 감독을 고발했다. 경찰 관계자는 “정 전 감독이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며 “진술 내용과 제출된 자료를 토대로 혐의에 대해 법률 검토한 뒤 신병 처리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 전 감독은 전날에는 피고소인이자 고소인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해 15시간 가까이 조사를 받았다. 박현정(54·여) 전 서울시향 대표는 지난 3월 정 전 감독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정 전 감독은 같은 달 박 전 대표를 무고와 명예훼손 혐의로 맞고소했다.

신훈 기자 zorb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