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세몰이 나선 김무성, 계파청산 말할 자격 있나

입력 2016-07-15 18:16
4·13총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대표직에서 물러난 이후 정치적 행보를 삼갔던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가 본격적인 세몰이에 나섰다. 김 전 대표는 14일 서울 당산동 그랜드컨벤션센터에서 연 2014년 7·14전당대회 승리 2주년 기념 만찬에 1500여명의 지지자를 불러 모았다. 김 전 대표는 2년 전 지지해준 당원들에 대한 감사의 뜻으로 밥 한 끼 먹는 자리라고 했지만 20여일 앞으로 다가온 전당대회와 내년 대통령선거를 겨냥한 출정식이라는 표현이 맞을 듯싶다.

이 자리에서 김 전 대표는 “대한민국의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데 선봉에 서겠다”고 말했다. 사실상 대선 출마선언이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예민한 문제인 개헌 얘기도 꺼냈다. 개헌은 박근혜 대통령이 여러 차례 반대 입장을 분명하게 밝힌 사안이다. 대표 시절에는 원활한 당청 관계를 위해 온갖 수모를 견디며 참았으나 이제는 할 말을 하겠다는 것이다. 그는 박 대통령이 보란 듯이 흉중의 속내를 거침없이 쏟아내며 대통령의 대척점에 설 수도 있다는 점을 굳이 숨기려 하지 않았다.

정치인이라면 얼마든지 정치행위를 할 수 있고, 자유롭게 소신을 밝힐 수도 있다. 그러나 김 전 대표의 경우는 다르다. 총선 패배의 가장 큰 책임자로서 새누리당 지지자들이 됐다고 할 때까지 반성하며 불필요한 행동을 자제하는 게 바람직하다. 만찬 참석자들의 ‘김무성’ 연호가 김 전 대표에겐 천상의 아리아로 들렸을지 모르겠으나 국민들에겐 아직 정신 못 차린 새누리당의 철없는 소리로 들렸을 것 같다. 아직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못한 김 전 대표의 일선 복귀는 이른 감이 없지 않다.

그의 대규모 세 과시는 비박 줄 세우기에 다름 아니다. 비박은 친박 패권주의 청산을 8·9전당대회의 모토로 내걸었다. 김 전 대표는 비박의 수장이다. 자신들은 줄 세우면서 친박더러 그러지 말라는 건 모순이다. 김 전 대표가 할 일은 줄 세우기가 아니라 줄 허물기가 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