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유나이티드 유니폼을 입고 처음 프로 경기에 나선 때가 2005년 3월 9일. 이후 그는 무려 8개 팀을 거쳤다. 보통 역마살이 아니다. K리그는 물론 일본 J리그와 카타르 리그를 경험했다. 태극마크를 달고 올림픽과 월드컵에도 출전했다. “저도 이렇게 많이 돌아다닐 줄은 꿈에도 몰랐죠. 후회하느냐고요? 아닙니다. 새로운 환경에 도전하며 많은 것을 배웠으니까요.” 축구 유랑을 하며 많은 발자취를 남긴 이근호(31). 이제 제주 유나이티드에서 또 하나의 발자취를 남기려 한다.
이근호는 인천에서 출발해 대구 FC, 울산 현대, 상주 상무, 전북 현대를 거쳤다. 해외에선 주빌로 이와타, 감바 오사카(이상 일본)와 엘자이시 SC(카타르)에서 활약했다. 이근호는 지난 2월 엘자이시와 계약을 해지한 후 일본이나 중국으로 떠날 생각이었다. 그런데 조성환 제주 감독의 전화를 받고 마음을 돌렸다.
이근호는 국민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제주의 플레이가 저한테 잘 맞을 것 같다는 기대감이 있었습니다. 제주는 젊은 팀입니다. 축구뿐만 아니라 인생 경험도 어린 선수들에게 많은 도움이 될 거라는 생각도 들었고요.”
이근호는 어렸을 때 축구밖에 몰랐다. 인생의 1순위가 축구였다. 취미 생활 같은 것은 사치였다. 그러나 해외에서 다른 문화를 접하다 보니 축구관은 물론 세상을 보는 눈과 가치관이 달라졌다고 했다.
K리그에서 이근호만큼 화려한 경력을 가진 선수는 많지 않다. 그는 2012년 울산 시절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우승 주역으로 활약했다. 그해 AFC 올해의 선수로도 선정됐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 출전했고, 2014년엔 브라질월드컵에 나서 러시아전에서 한국에 첫 골을 안겼다.
지난 시즌 중반 전북으로 임대를 온 이근호는 15경기에서 4골 1도움을 기록했다. 그는 “지난 시즌 보여 준 것이 없다”고 했다. 그러나 조 감독은 경기의 흐름을 바꾸는 이근호의 능력에 주목했다. 이번 시즌 초반 제주는 ‘이근호 효과’로 활짝 웃었다. 지난 6월 중순부터 하순까지 3위에 올라 있었다. 하지만 최근 4경기에서 1무3패로 부진했던 바람에 15일 현재 6위에 자리를 잡고 있다.
최근 제주가 주춤하고 있는 이유에 대해 이근호는 이렇게 설명했다. “상대가 우리 전력을 분석하고 경기에 나서다 보니 쉽지 않아요. 또 우리는 비행기를 타고 원정을 떠나기 때문에 이때쯤이면 선수들의 체력이 떨어집니다. 그러다 보니 앞서 가다가 잇따라 골을 허용하고 무너지죠.”
이근호는 “이대로라면 제주의 이번 시즌 목표인 AFC 챔피언스리그 진출이 어려울 수도 있겠다”는 말에 펄쩍 뛰었다. “우리 선수들이 시즌 초반의 자신감과 경기 감각을 회복한다면 충분히 ACL 티켓을 따낼 수 있습니다. 반드시 내년 ACL에 출전해 좋은 성적을 올리겠습니다.”
이근호는 현재 4골, 3도움을 기록 중이다. 그는 골을 많이 넣은 공격수는 아니다. 대신 결정적인 득점 기회를 만들어 내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이제 그 능력을 발휘할 때가 됐다. 이근호는 16일 선두 전북 현대와의 20라운드 홈경기에 출장할 예정이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
화려한 경력 이근호, 또 하나의 족적 남긴다
입력 2016-07-15 18: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