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리를 찾아서’ 보러가자.”
“그거 애니메이션이쟎아. 난 별로…”
“픽사건데?”
“그래? 그럼 당연히 봐야지.”
얼마 전 지인과 나눈 대화이다. 지난주 픽사의 17번째 작품 ‘도리를 찾아서’가 개봉했다. 2003년 개봉해 선풍적 인기를 얻었던 ‘니모를 찾아서’의 속편으로, 전작의 인상적인 조연 캐릭터였던 물고기 도리를 주연으로, 잃어버린 부모를 찾아 나선다는 이야기이다.
단지 이 작품을 넘어 아카데미 15회 수상 기록이 말해주듯, 그동안 픽사가 발표한 작품 목록을 들여다보면 픽사를 향한 사람들의 무한신뢰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토이스토리’ 시리즈 ‘몬스터 주식회사’ ‘몬스터 대학교’ ‘인크레더블’ ‘월 E’ ‘업’ ‘니모를 찾아서’ ‘라따뚜이’ ‘인사이드 아웃’…. 픽사의 작품들은 아이들 뿐 아니라 어른들의 감성까지 설레게 만든다. 더 나아가 비평가들의 날선 시선마저 무장해제 시켜버리는 이 영화사의 힘은 무엇일까?
2006년 디즈니와 합병되어 자회사가 되었지만, 픽사 신드롬의 주인공은 애플의 창업주 스티브 잡스이다. 애플에서 축출된 뒤 잡스는 픽사를 헐값에 인수해 오늘의 픽사 왕국을 건립했다. 1995년 그 첫 번째 작품 ‘토이 스토리’는 완벽한 CG 기술로 애니메이션 제작의 혁신을 이루어내며 선풍적인 인기와 평단의 찬사를 받았다. 하지만 픽사 신드롬의 힘은 기술보다는 놀라운 스토리와 캐릭터 그리고 따뜻한 휴머니즘이다. 장남감, 로봇, 몬스터 등 가장 비인격적 대상을 통해 휴머니즘을 극대화한다. ‘인사이드 아웃’에서는 아예 인간의 다섯 가지 감정을 인격화시키기도 하였다. 바로 이 부분이 디즈니와는 차별된 픽사의 브랜드 파워이다. 최첨단의 기술과 극대화된 휴머니즘의 조합, 나는 픽사의 지향이 오늘날 기술문명의 올바른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초대교회 공동체에서 ‘그리스도인’들은 온 백성에게 칭송받으며 삶의 전도가 이루어졌고 (행 2:42), 안디옥에선 이방인들에게도 ‘그리스도인’들은 눈에 띄는 특별한 브랜드를 구축할 수 있었다(행 11:26). 우리나라에서도 기독교는 비신자들에게도 깊은 신뢰를 얻으며 일상 속을 스며들었다. 한 마을에서 목사님들은 불신자들에게도 존경의 대상이었고 말이다.
기독교의 이런 신뢰받는 브랜드 파워의 근원은 무엇이었을까? 성서와 역사를 돌아본다면 그것은 최첨단의 시설을 갖춘 건물이나, 수적 위세, 그리고 신도들의 사회적 지위는 분명 아니다. 오늘날 하나의 신뢰받는 ‘브랜드’가 미치는 영향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오늘날의 교회와 크리스천들이 각 지역과 일상과 비전 가운데 성과보다 중요한 신뢰를 다시 회복할 수 있기를 소망한다. 이를 위해 우리는 픽사에게 배울 것이 참 많다.
윤영훈 (빅퍼즐문화연구소장)
◇약력= △미국 드루대 철학박사(Ph.D·기독교문화 전공) △명지대 교양학부 객원교수 △한국문화신학회 대중문화분과 이사
[윤영훈의 컬처 토크] 픽사, 신뢰의 브랜드 파워
입력 2016-07-15 17: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