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고대죄(席藁待罪)는 죄지은 사람이 거적에 꿇어앉아 윗사람의 처분을 기다리는 것을 이르던 말입니다. 처벌을 자청하는 것이지요. “이놈, 네 죄를 알렸다. 저놈에게 곤장 백 대를 쳐라.” 이런 처분을 기다린다는 뜻이겠습니다. 席藁는 ‘거적에 앉다’는 말입니다. 席은 ‘자리’ ‘앉다’이고, 藁는 ‘짚’을 이르는데 짚신이나 거적 같은 것을 만들지요. 待罪는 ‘죄에 대한 처분을 기다리다’는 뜻입니다.
석고대죄는 보통 속옷 차림에 가깝도록 의관을 벗고 합니다. 몹시 수치스러운 상황이 되는데, 그 자체가 큰 벌이지요. 처분할 사람이 결단할 때까지 밤이 깊든, 눈비가 오든 그대로 있어야 합니다. 조선 정조의 아버지이고, 자전적 회고록 ‘한중록’을 남긴 혜경궁 홍씨의 남편이며, 아버지(영조)와의 갈등으로 뒤주에서 굶어죽은 사도세자가 억울하게 석고대죄를 많이 했다 합니다.
“그는 심신이 물리적으로 출석하기 어려운 상태라 고향에 내려가 ‘요양’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받았습니다.” 민중을 짐승으로 칭한 고관(高官)이 국회에 출석 못한 이유를 관리책임자인 장관이 이렇게 말했다지요.
죽을죄를 지었으면 얼른 석고대죄했어야 할 텐데. 요양(療養)은 ‘쉬면서 조리해 병을 치료하다’는 뜻인데, 이런 짓을 하고도 언감생심 ‘요양’을 간 사람이나 요양을 갔다고 보고한 사람, 그런 보고를 받은 사람. 용서가 될까요.
서완식 어문팀장 suhws@kmib.co.kr
[서완식의 우리말 새기기] 거적에 꿇어앉아 벌을 청하는 석고대죄
입력 2016-07-15 17: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