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휴가철이 왔다. 법무부 출입국 통계에 따르면 작년 7∼8월 하계휴가 기간 동안 해외로 떠난 여행객은 351만명이며, 이는 한 해 출국자의 18.1%에 해당한다. 올해도 지난 1∼6월까지 해외여행을 다녀온 국민이 1062만명에 이르고, 올여름 휴가 때도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나라 국민의 해외여행 수요는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인구 규모 대비 해외여행객 비중을 주변국과 비교해 보면 일본 12.8%, 중국 8.9%인 데 반해 한국은 37.4%나 된다.
일본의 경우, 관광소비에서 국내관광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즉 해외여행보다 국내여행을 택하는 사람이 많다는 이야기다. 지역경제 활성화를 목적으로 한 일본 정부의 정책적 노력도 있었지만, 자국 여행을 즐기는 일본 국민의 역할이 컸다. 그 결과 매력적이고 다양한 지역 관광지가 생겨났다. 이는 ‘근자열 원자래(近者說遠者來)’, 즉 가까운 사람을 기쁘게 하면 멀리 있는 사람까지 찾아오게 한다는 원칙을 실천한 대표적인 사례다.
안타깝게도 우리나라의 국내관광은 답보 상태다. 작년 해외여행객은 전년 대비 20.1%나 증가한 반면 국내여행객은 0.7% 증가하는 데 그쳤다. 국가 관광경쟁력을 높이려면 국내관광인구가 증가하고 관광 인프라가 확충되는 선순환 구조가 정립되어야 하는데, 우리나라의 경우 해외관광 비중이 너무 높다. 기회는 위기 상황에서 찾아온다. 국내관광 활성화를 위해 각 지역은 지속적인 관광콘텐츠 확충과 친절한 환대로 관광객 맞을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 또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및 유관기관은 민간과의 협업을 통해 국내에서 휴가를 보내는 문화를 확산시키고, 우리의 휴가문화를 질적으로 도약시키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해외여행 수요를 국내로 전환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우리 국민은 다양한 경험을 축적하면서 휴가를 보내기 위한 목적지 선택과정에서 가격 경쟁력을 분석하고, 기회비용의 요소를 고려하는 스마트한 소비자이다. 해외여행 못지않은 볼거리 및 즐길 거리는 물론 관광 서비스에 대한 기대 수준도 높아졌다. 이것이 바로 지난 6월 17일 문화관광산업 경쟁력 강화회의를 통해 ‘국내관광 지출액 증대’ 등 관광정책의 질적 전환을 이루겠다고 천명한 이유다. 정부는 민관 협업을 통해 코리아 둘레길과 글로벌 명품축제 등 관광콘텐츠를 확충하고, 거제·통영·여수·순천 등을 비롯한 ‘신해양 관광거점’을 집중 지원할 계획이다. 질 높은 관광서비스 제공을 위해 K스마일 캠페인의 확대는 물론 교육부와 협력하여 연극 등을 통한 친절교육도 확산해 나갈 방침이다.
하지만 국내관광 활성화를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국내에는 볼거리가 없다’는 잘못된 인식의 전환이다. 대한민국 구석구석 여행도 분명 해외여행 못지않은 색다른 재미와 운치가 있다. 장생포에서 출발하는 고래바다여행선을 타면 돌고래 떼를 만날 수 있는 행운이 기다리고 있다. 계곡의 청량한 물소리를 들으며 자연을 벗 삼아 풍류를 즐기던 선조들의 여유를 즐겨보자. 섬 속의 섬인 외도나 지심도를 방문해서 아열대의 이국적인 정취를 만끽해 보는 것도 이색적인 휴가를 보내는 방법이다. 올해 여름휴가는 그동안 모르고 있었던 지역의 숨은 매력을 찾아보자. 우리를 기다리는 지역에 기회를 주는 여유로움을 가져볼 때다. 오늘 ‘대한민국 구석구석’을 검색해보자. 새로운 국내여행 문화를 만들어 나가는 것은 우리 모두의 몫이다.
김종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
[기고-김종] 올 여름엔 국내 여행을
입력 2016-07-15 18: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