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제왕적 대통령제 바꿔야 한다”

입력 2016-07-15 00:31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앞줄 가운데)가 14일 서울 영등포구 그랜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지지모임 만찬에 참석, 지지자들을 향해 손을 흔들며 인사하고 있다. 주최 측은 2014년 7·14전당대회에서 김 전 대표가 승리한 것을 기념하기 위한 행사일 뿐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이동희 기자

김무성 새누리당 전 대표가 지지자 1500여명이 참여한 대규모 회동을 갖고 ‘제왕적 대통령 권력제’를 정면 비판했다. 8·9전당대회를 코앞에 둔 시점에서 자신의 ‘트라우마’였던 개헌 이슈를 꺼내들고 존재감을 드러내며 무대 전면에 등장한 셈이다. 그는 “박사모(박근혜 대통령 지지모임)는 분화됐고, 옳지 못하다”며 각도 세웠다. 지지자 1500여명이 ‘더 넓은 무대로, 반드시 김무성’을 연호하는 등 대선 출정식을 방불케 했다.

김 전 대표는 14일 오후 서울의 한 컨벤션센터에서 2014년 전당대회 승리 2주년을 기념하는 만찬 회동을 가졌다. 그는 준비된 인사말을 읽던 도중 “꼭 드리고 싶은 말이 있다. 말하고 나면 파란이 일 것 같은데 제왕적 대통령 권력체계를 바꿔야 한다”며 개헌을 주장했다. 그러면서 “골육상쟁과 같은 극한대립의 정치를 끝내야 할 때가 됐다”며 “권력을 나누고 협치를 해야 한다. 여야 간 연정을 할 수 있는 권력 구조로 바뀌어야 한다”고 했다. 대표 시절 뭇매를 맞았던 ‘오스트리아식 이원집정부제 개헌’을 다시 들고 나온 셈이다.

김 전 대표는 “국민공천제를 확립하고 여세를 몰아 총선에서 승리하고자 당헌·당규 개정까지는 했지만 다른 정치세력이 반발해 선거 결과는 참패했다”며 총선 책임론도 꺼내들었다. “공천권을 국민에게 돌려드리겠다는 약속을 지키려다 반대 세력에 몰매를 맞았다” “잘못된 공천권을 행사해 국민이 ‘더러운 정치’라고 비난하는 상황을 만들었다” “정국을 파국으로 몰고 가서는 안 된다는 판단 때문에 ‘×신’ 소리를 듣고도 이를 악물고 참았다” 등 심경을 토로하는 발언도 쏟아냈다.

김 전 대표는 “인기에만 영합하는 사람들이 대한민국을 이끌도록 놔둬서는 안 된다. 국가적 위기 극복을 위해 나서야 할 때”라며 “제가 선봉에 서겠다”고 말해 사실상 대권 행보 시동도 시사했다. 그는 행사 전 기자들과 만나서도 “낮은 자세로 민심을 듣기 위해 조만간 전국을 배낭여행할 예정”이라고도 했다.

모임에서는 김 전 대표의 정치 행보를 담은 동영상이 상영됐고, ‘김무성을 디스(비판)하라’는 제목의 토크콘서트도 진행됐다. 당초 500명 정도 모일 것으로 예상했지만 모임 내용이 언론에 알려져 참석자는 1500명 가까이 됐다. 전대 캠프 총괄본부장을 맡았던 권오을 전 의원, 안형환 조전혁 전 의원, 박성중 의원 등 주요 지지모임 대표들이 총출동했다.

김 전 대표 측은 “불필요한 오해 방지를 위해 현역 의원이나 당권주자 분들은 참석하지 않도록 정중히 말씀드렸다”고 했다. 그러나 전대 출마자인 정병국 한선교 강석호 의원 등이 행사장을 방문해 눈도장을 찍었다.

여권 내부에선 김 전 대표가 이날 모임을 계기로 비주류 대표주자로서의 구심점을 형성하며 비박(비박근혜)계 당권주자 물밑 지원에 나서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김 전 대표는 최근 “단일화가 안 되고는 당선이 안 된다” “나는 비주류 아니냐. 비주류 후보를 지지할 수밖에 없다” 등의 발언도 해 왔다. 김 전 대표와 가까운 김성태 의원도 라디오에서 “당이 환골탈태하려면 비주류 인사가 당권을 잡아야 할 필요성에 본인(김 전 대표)의 의지가 있는 것”이라고 했다.

이주영 의원은 “비박계를 결속해 전대에 영향을 끼치려 한다면 정말 우려스러운 일”이라며 “당의 대표를 지낸 지도자들부터 파당적, 분열적 행동이나 언급은 자제해 달라”고 경계했다.

한편 새누리당은 전국위·상임전국위를 열고 지도체제 개편안을 담은 당헌·당규 개정안을 만장일치로 의결했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