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 주식 대박’ 의혹의 장본인 진경준(49·법무연수원 연구위원) 검사장이 14일 검찰에 소환돼 조사받던 도중 긴급 체포됐다. 현직 검사장이 뇌물 혐의로 긴급 체포된 건 사상 초유의 일이다. 이날 밤 10시55분 체포된 진 검사장에게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혐의가 적용됐다.
진 검사장은 오전 검찰에 출석하며 “잘못된 행동을 인정하고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의 출석은 친구이자 넥슨 주식 제공자인 김정주(48) NXC 회장이 15시간 조사를 마치고 귀가한 지 3시간 만에 이뤄졌다. 출범 8일 만에 진 검사장을 전격 체포한 이금로(51) 특임검사팀은 48시간 내에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특임검사팀은 진 검사장이 2005년 최초 넥슨 비상장주식 1만주를 취득해 되팔고 다음해 넥슨재팬 주식 8500여주를 매입한 것과 2008년 제네시스 차량을 제공받은 행위 등이 모두 포괄적 뇌물 혐의를 구성한다고 봤다. 진 검사장은 13일 검찰에 돌연 자수서 형식의 문건을 내고 “넥슨 주식 매입자금 4억2500만원은 김 회장에게서 무상 제공받은 것”이라고 실토했다. 넥슨 자금으로 주식을 산 뒤 돈을 갚은 것처럼 가장했지만 실상은 김 회장이 ‘검사 친구’에게 120억원대 이득을 안길 주식을 거저 넘겼다는 말이다. 김 회장도 진 검사장과 같은 취지의 진술을 했다.
이 때문에 한 배를 탄 두 사람이 주식 거래와 관련해 미리 말을 맞춘 뒤 검찰 조사에 응했을 거라는 해석이 나왔다. 24시간 동안 진행된 ‘진 검사장 자수서 제출→김 회장 출석→진 검사장 출석’ 과정이 치밀한 법리 검토에서 나온 전략이란 뜻이다. 한 검찰 간부는 “피해 최소화를 위한 신속 행보”라고 평했다.
진 검사장은 ‘직무 관련성’과 ‘공소시효’ 문제를 버팀목으로 삼으려 했다. 그의 넥슨 주식 취득 시점은 2005년 6월로 당시 형사소송법 기준 뇌물죄 공소시효(10년)는 지난해 6월로 만료됐다. ‘뇌물은 수수한 시점을 공소시효의 기산점(起算點)으로 보는 것이 원칙’이란 게 대법원 판례다. 진 검사장은 검찰 조사에서 객관적 사실관계는 인정하면서도 뇌물죄와 연결되는 대가성 부분은 철저히 부인했다고 한다. ‘도덕적·윤리적 문제는 있을지언정 형사처벌 대상은 아니다’는 논리를 내세우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특임검사팀은 구체적 청탁이 없어도 전체적 대가 관계가 인정되면 성립하는 포괄적 뇌물 혐의를 적용했다. 이어 공소시효 해소 방안으로 2006년 11월 기존 넥슨 주식을 넥슨재팬 주식으로 갈아타는 대목을 주목했다. 진 검사장은 넥슨 주식 1만주를 2006년 11월 10억원에 팔고, 다시 넥슨재팬 주식 8500여주를 샀다. 이 주식은 2011년 넥슨재팬의 일본 증시 상장 직전 액면 분할되며 85만여주로 불어난다. 종잣돈을 굴려 새로운 거래를 했으니 공소시효도 새로 계산해야 한다는 게 검찰 입장이다. 또 진 검사장이 2008년부터 넥슨 법인 리스 차량(제네시스)을 제공받은 부분도 범죄사실로 연결시킬 수 있다고 본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
사상 초유의 ‘뇌물 검사장 긴급 체포’
입력 2016-07-15 00:00 수정 2016-07-15 00: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