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훈 “10년 같이 일한 단원들 믿었다… 사법절차 통해 진실 밝힐 것”

입력 2016-07-15 00:18
정명훈 전 서울시립교향악단 예술감독이 14일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하면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박현정 전 서울시향 대표는 정 전 감독을 명예훼손 혐의로, 정 전 감독은 박 전 대표를 명예훼손과 무고 혐의로 서로 고소했다. 윤성호 기자

박현정(54·여) 전 서울시립교향악단(서울시향) 대표와 법적 다툼을 겪고 있는 정명훈(63) 전 서울시향 예술감독이 검찰에 출석했다. 그는 “제가 10년 같이 일한 사람들의 말이어서 사실이라고 믿었다”며 “사법절차를 통해 진실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2부(부장검사 이근수)는 14일 정 전 감독을 피고소인 및 고소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박 전 대표는 지난 3월 9일 “언론 인터뷰를 통해 자신을 비방하고, 성추행범으로 인정하는 취지로 말했다”며 정 전 감독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도 서울중앙지법에 냈다. 정 전 감독은 박 전 대표를 명예훼손, 무고 등 혐의로 맞고소했다. 지난해 12월 서울시향을 떠난 정 전 감독은 이탈리아 밀라노에 머물다 13일 입국했다.

정 전 감독은 검찰 조사에 앞서 취재진과 만나 “2년 전 직원 여러 명이 굉장히 고통 받고 있었다”면서 “제발 도와 달라고 해 할 수 없이 도와주는 뜻이었는데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진실을 밝혀야 하는데 그건 법적으로 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박 전 대표를 지난달 14일 고소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양측의 분쟁은 2014년 12월 서울시향 직원 10여명이 ‘박 전 대표가 성추행과 폭언을 일삼는다’는 내용의 호소문을 발표하고 박 전 대표를 고소하면서 시작됐다. 경찰은 직원들이 박 전 대표를 음해한 것으로 결론내리고 직원들을 불구속 기소 의견으로 지난 3월 검찰에 송치했다. 경찰은 정 전 감독의 부인 구모(68)씨가 박 전 대표의 성추행 루머 등 허위사실 유포를 지시한 정황을 포착하고 구씨 소환에 나섰다. 하지만 미국 국적자인 구씨가 경찰 소환에 응하지 않자 구씨를 기소중지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정 전 감독은 15일에는 횡령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을 예정이다. 지난해 2월 한 시민단체는 정 전 감독이 공금 수천만원을 항공료 등에 사적으로 썼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경찰에 고발했다.

노용택 기자 ny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