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 게임’ 전세계 흔드는데… 구경만 하는 국내 업체

입력 2016-07-15 04:00
일본 게임업체 닌텐도와 미국의 증강현실(AR) 기술 기업 나이앤틱이 함께 만들어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AR게임 ‘포켓몬 고’의 한 장면. 포켓몬 고 홈페이지 캡처

일본 게임업체 ‘닌텐도’와 미국 스타트업 기업 ‘나이앤틱’이 손잡고 개발한 증강현실(AR) 게임 ‘포켓몬 고(Go)’가 전 세계를 뒤흔들고 있다. 지난 6일 미국과 호주, 뉴질랜드에서 출시된 지 하루 만에 앱스토어 매출 순위 1위를 기록했다. 서비스가 지원되지 않는 국내에서도 현재까지 41만명이 포켓몬 고 앱을 다운받았다.

포켓몬 고 열풍은 한편으론 뼈아픈 구석도 있다. ‘왜 우리는 못 만드냐’ 하는 것이다. 걸음마 수준인 국내 AR 산업·콘텐츠 시장과 함께 PC·온라인 등 기존 플랫폼에 안주하는 게임 업계의 문제가 녹아있다. 국내에서 포켓몬 고를 즐길 수 없는 데 대해 한국 정부와 구글이 10년째 벌이고 있는 ‘지도 데이터 반출’ 문제도 수면 위로 다시 떠올랐다.

포켓몬 고는 위성항법장치(GPS)와 AR 기술을 결합해 만든 신개념 모바일 게임이다. 우선 스마트폰에서 포켓몬 고 앱을 실행한다. 카메라를 찍듯 특정 장소를 비추면 스마트폰 화면에 포켓몬 캐릭터가 나타난다. 화면을 터치해 포켓몬 캐릭터를 포획하고, 잡은 몬스터로 다른 사용자와 겨룰 수도 있다. 실제 이미지 위에 3차원의 가상 이미지를 합성하는 AR 기술의 신기함과 피카추 캐릭터로 대표되는 일본 애니메이션 ‘포켓 몬스터’의 아기자기한 콘텐츠가 결합해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런 열풍 속에도 한국의 게임업계는 침묵하고 있다. 국내 주요 업체들은 일반 PC·온라인·모바일 게임에만 집중한 나머지 AR 등 신기술에 대한 대응이 늦어 단기간에 포켓몬 고 같은 게임을 내놓는 게 불가능하다는 게 중론이다. ‘한빛소프트’ 등의 업체가 VR을 활용한 콘텐츠 개발에 나섰지만 유통 시장이 작아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과 KT 등은 각각 2009년과 2011년 AR 관련 기술 콘텐츠를 내놨지만 꾸준한 투자를 이어가진 않았다. 한국콘텐츠진흥원 측은 “국내 AR 게임 시장은 거의 없는 수준”이라며 “상업적으로 성공한 업체가 없어 게임 개발도 어렵고 개발 도구도 부족하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기초투자가 절실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400만원에 달하는 마이크로소프트(MS)의 홀로렌즈 등 고가인 AR 장비를 개발해 가격을 낮추는 한편 교육과 의료 분야에 몰려있는 AR 기술을 홈케어나 스마트카 등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AR 분야가 활성화되려면 빅데이터가 쌓여야 한다”며 “정부 차원에서 AR 육성을 위한 데이터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포켓몬 고가 기반으로 하고 있는 ‘구글 지도 서비스’의 국내 부재도 풀어야 할 과제다. 구글은 지속적으로 정부에 지도 데이터를 요구하고 있다. 반면 정부는 남북 대치 상황과 지도상 독도 표기 문제 등 ‘국가 안보’ 문제를 들어 이를 거절해 왔다.

구글이 국내에 서버를 두지 않으려는 건 세금을 피하려는 ‘꼼수’라는 지적도 나온다. IT 업체 관계자는 “구글이 국내에 서버를 마련하면 제대로 된 지도 서비스와 함께 포켓몬 고 이용에도 무리가 없을 것”이라며 “서버가 해외에 있으면 법인세를 징수할 수 없다는 규정을 구글이 악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2007년 국가정보원에 지도 데이터 반출을 요구했다 거부당한 구글은 지난달 국토지리정보원에 국내 지도 데이터 반출 신청서를 다시 제출했다.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AR)
사용자가 현재 보고 있는 실제 이미지 위에 3차원의 가상 이미지를 덧입혀 실제 존재하는 것처럼 보여주는 기술. 가상현실(Virtual Reality·VR)은 이용자가 현재 속한 공간과 다른 가상의 3차원 상황을 이미지로 제공하는 기술이라는 점에서 대비된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