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외면 받는 집주인 리모델링 임대사업

입력 2016-07-15 04:02

서울 강북에 노후주택을 소유한 70대 김모씨는 지난해 11월 서울 강남의 한국토지주택공사(LH) 서울본부를 찾았다. 집주인 리모델링 임대사업의 시범사업자로 선정받기 위한 신청서류를 제출하기 위해서였다. 집의 위치도 좋았고 나이도 적당했다. 김씨는 “30년 넘은 집인데 임대사업하면 노후 대비도 할 수 있고 대학생이나 노인에게 저렴하게 임대할 수 있다는 취지도 좋아서 신청했다”고 말했다. 올해 초 그는 사업을 포기했다. 설계와 감리 과정에서 불어난 건축비가 이유였다.

14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모집한 집주인 리모델링 임대사업의 1차 시범사업 중 설계를 마치고 착공을 앞두고 있는 건 13건에 불과했다. 정부가 예상한 80여건의 6분의 1에 그쳤다.

집주인 리모델링 임대주택 사업은 오래된 단독·다가구 주택 등을 허물고 1인 주거형 임대주택으로 건축한 후 시세보다 저렴한 임대주택으로 공급하는 것이다. 집주인에게 건축비를 연 1.5% 저금리로 융자해 주고 완공되면 LH가 임대 관리와 공실위험 없는 확정 수익을 제공한다. 임대료는 주변 시세보다 50∼80% 저렴하다.

발표 직후 관심은 뜨거웠다. 1차 시범사업 모집에 4.47대 1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2차 시범사업도 현재 모집 중이다.

그런데 막상 접수와 상담이 진행되면서 대다수 집주인은 사업 참여를 포기했다. 1차 시범사업에 참여한 김씨의 경우 평당 건축비가 기하급수적으로 급증했다. 국토부가 설명한 평당 건축비는 450만원 정도였는데, 시간이 갈수록 평당 50만원에서 최대 100만원씩 올랐다.

김씨는 “평당 50만원이 오르면 한 층에 1600만원씩 건축비가 올라 4개 층이면 건축비는 6500만원이 늘어난다”며 “100만원이면 두 배인 1억3000만원”이라고 했다.

2차 시범사업에 최근 신청서를 냈던 또 다른 집주인에게는 새로운 비용이 추가됐다. 원룸의 경우 임대 수익률을 높이려면 풀옵션을 넣어야 한다는 게 이유였다. 이 집주인은 “세탁기, 전자레인지 등을 넣어야 해 가구당 200만원은 더 들게 됐다”고 난감해했다.

신청자들의 포기가 속출하고 있지만 국토부 측은 “그래서 시범사업”이라는 반응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보통 사업이 아니다. 철저하게 시뮬레이션을 돌렸다”면서 “그런데 예상과 달리 30년 이상 된 노후주택이 많아 건축비가 올라갈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정부가 신중하게 검토하지 않고 성급하게 정책을 내놨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한 민간 경제연구소 전문가는 “청년층, 고령층을 위한 주택 대책이라는 포장만 해 놓고 제대로 된 시장 조사는 하지 않은 것 같다”면서 “노후주택은 과거 주택법에 따라 지어진 것인데 달라진 법에 따른 돌발 변수에 대해 대책을 마련했어야 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국토부는 상반기 월세 거래 비중은 46.0%로 지난해보다 2.6% 포인트 늘었다고 밝혔다. 상반기 기준 역대 최대치다. 상반기 월세 비중은 아파트의 경우 40.5%였고 단독·연립·다세대주택 등 아파트 외 주택은 50.5%였다.

세종=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