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 폭염에 순간 최대전력(전력사용량이 가장 많을 때의 수요)이 여름철 중 사상 처음 8000㎾를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일반 가정은 벌써부터 요금폭탄 걱정이 앞선다. 누진제를 완화했던 지난해와 달리 올 여름은 다시 누진제가 그대로 적용된다. 정부는 전기요금을 낮추기보다 한국전력의 이익금을 쌈짓돈처럼 빼 쓰는 방법만 찾는 모습이다. 전기사용량의 15%밖에 안 되는 일반 가정에 절전을 강요하기보다 불합리한 전기요금 체계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폭염에 속 타는 가계
산업통상자원부는 다음 달 2∼3주로 예상되는 전력 피크 시기에 최대전력 수요는 8170㎾, 공급능력은 9210㎾로 예상된다고 14일 밝혔다. 예비전력은 1040㎾로 예비율(12.7%)이 10%를 넘어 전력 수급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예상했다. 산업부는 폭염 등으로 지난해보다 전력 수요가 늘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지난해 7∼9월 실시했던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 한시 완화 방안을 올해는 실시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지난해 여름 누진제 완화로 경감된 전기요금은 1286억원이다. 올해는 ‘1286억원+α’를 더 내야 한다는 의미다. 경기침체로 가계 사정은 나아진 게 없는데 할인 혜택이 올해는 사라진 셈이다.
주택용에만 적용되는 전기요금 누진제는 징벌적 성격이 강하다. 가정에서 월 100kwH 이하를 사용할 때는 kwH당 60.7원의 요금이 적용되지만 에어컨 등 사용량이 늘어 500kwH 이상 쓰게 되면 kwH당 요금은 709.5원으로 11.7배나 뛴다. 가정에서 매달 300kwH 이상 사용하면 누진제가 적용되는데 4인 도시가구의 월평균 사용량은 이보다 많은 327kwH다. 전력 과소비를 막기 위해 도입된 누진제가 대부분의 가정에 요금폭탄을 안기는 셈이다. 산업용 전기요금은 kwH당 107원으로 동일하다. 산업부 김용래 에너지산업정책관은 “주택 전기요금 누진제는 합리적 소비를 위한 수단”이라며 “올해는 누진제 완화가 없다”고 말했다.
정부·한전은 행복한 고민
속 타는 가계와 달리 한전과 정부는 최근 3년 새 행복한 고민에 빠져 있다. 고유가에 적자가 커지면서 2013년 전기요금을 두 차례나 올렸는데 그 직후부터 국제유가가 반 토막 나면서 전기요금 수익이 급증했다. 2012년 2조원대 적자를 기록했던 한전의 영업이익은 지난해 4조원을 넘었다. 새누리당 윤한홍 의원에 따르면 지난해 한전 임원의 평균 성과급은 1년 전보다 69.6%나 늘었다.
정부도 한전의 초과 이익을 쌈짓돈처럼 사용하고 있다. 7월부터 3개월간 TV 등 가전제품을 사면 20만원씩 가정에 환급해주는 가전제품 인센티브 제도도 한전 돈을 쓴다. 정부는 한전과 사전 논의 없이 발표부터 해놓고 한전에 최대한 재원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산업부는 지난 5월에는 한전이 2조원을 출자해 신산업 분야에 투자하는 펀드를 조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전이 이런 성격의 펀드에 출자하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정부의 정책금융 책임을 한전에 떠넘긴 꼴이라는 지적이다.
요금체계 개선해야
저유가 영향으로 가정용 전기요금 원가보상률이 100%를 훨씬 웃돈다. 상수도 등 4대 공공요금 중 원가보상률이 100%를 넘는 것은 전기요금이 유일하다. 지난해 국정감사 당시 윤상직 산업부 장관과 조환익 한전 사장은 전기요금 누진제가 불합리하다는 지적에 개편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지키지 않고 있다. 누진제를 완화하면 전력 ‘과소비’로 블랙아웃이 우려된다고 하지만 전체 전력 소비량에서 가정이 차지하는 비중은 15.4%에 불과하다.
가스요금처럼 원가연동제를 전기요금에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미국 일본 중국 등 대부분 국가는 전기요금을 원가에 연동하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윤 의원은 “국내에서는 가스요금, 지역난방 요금, 항공료 등에 연료비 연동제를 시행 중”이라며 “한전의 합리적 수익구조 확립과 건전한 전력소비 정착을 위해 전기요금에도 원가연동제 도입을 적극 검토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세종=이성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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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de & deep] '전기료 폭탄'우려에도 누진제 덕 보려는 정부
입력 2016-07-15 00:16 수정 2016-07-15 00: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