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케아, 한국서만 거부 ‘배짱 영업’

입력 2016-07-14 18:33 수정 2016-07-14 21:17

스웨덴 가구업체 이케아가 잇따른 어린아이들의 사망사고로 미국 등에서 판매 중단한 서랍장에 대해 유독 국내에서는 리콜을 거부하며 배짱 영업을 하고 있다. 안전장치를 고정하면 된다는 ‘매뉴얼’만 고집하고 있어 소비자들의 불만이 극에 달하고 있다.

이케아는 최근 국가기술표준원에 ‘제품 수거 등의 계획서’를 제출했지만 자발적 리콜은 언급하지 않은 것으로 14일 알려졌다. 문제가 된 이케아 제품은 ‘말름 서랍장’으로 국내에서 10만개 이상이 팔렸다. 이케아는 서랍장이 넘어지며 유아가 사망하는 사고가 잇따르자 미국과 캐나다에서 지난달 28일 이 제품에 대해 전량 리콜 조치를 결정했다. 유아를 포함한 어린이 6명이 이 서랍장에 올라타거나 매달리자 서랍장이 앞으로 넘어져 사망 사고를 일으킨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서는 현재 피해 접수 사례가 없지만 한국소비자원은 제품 안전에 중대한 결함이 있다고 보고 이케아 측에 잇따라 시정 권고를 내렸다. 하지만 이케아는 지난 6일 자발적 리콜 대신 소비자들에게 환불 조치를 하겠다고 소비자원에 답변서를 전달했다. 매뉴얼대로 못으로 벽에 고정한 뒤 사용하면 제품 안전에 문제가 없고, 환불 조치만으로도 충분히 안전사고를 방지할 수 있다는 취지의 답변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케아가 버티자 소비자원은 국가기술표준원에 시정 건의를 한 상태다. 시멘트벽에 제품을 고정해 사용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에 사고가 발생할 여지가 크다는 설명이다.

특히 이케아가 미국·캐나다에선 판매 중단을 포함한 리콜 결정을 해놓고 국내에서는 판매를 강행해 소비자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 뉴욕타임스 등 외신들은 이케아가 최근 중국에서도 말름 서랍장 리콜을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이케아코리아 관계자는 “중국 정부에서도 국내와 같은 수거 계획을 제출했지만 회수 결정을 번역하는 과정에서 ‘리콜’이라는 표현이 언급된 것”이라며 “미국·캐나다를 제외하곤 유럽·중국 소비자들과 국내 소비자들에 대한 결정은 동일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미국과 캐나다에서 이케아가 자발적 리콜을 결정한 상황인 만큼 굳이 대상 국가에서 한국을 제외할 명분이 전혀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폭스바겐처럼 한국 소비자를 차별하는 기업은 강제 퇴출시켜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폭스바겐 역시 배출가스 저감장치를 조작한 사실이 밝혀졌지만 유독 국내 소비자들에게만 보상에 소극적 태도를 보여왔다. 그러다 환경부가 폭스바겐 차종 모델에 대해 인증 취소를 검토하고 나섰고 판매금지 처분까지 내려지는 상황에 몰리게 됐다. 국가기술표준원은 안전성 조사를 거쳐 강제 리콜 등 행정조치에 나설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김유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