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를 주도해 반대파에 뭇매를 맞은 보리스 존슨(52·사진) 전 런던시장이 외무장관에 발탁돼 기사회생했다.
영국 BBC방송은 13일(현지시간) 테레사 메이(59) 신임 총리가 존슨을 외무장관으로 기용해 향후 유럽연합(EU)과의 탈퇴 협상을 주도한다고 보도했다. 존슨은 국민투표 직후 유력한 총리 후보로 꼽혔지만 자신을 도운 마이클 고브(49) 법무장관에게 뒤통수를 맞고 불출마를 선언했다.
‘배신의 정치’를 상징해 여론이 등을 돌린 데다 장관 경험도 없는 존슨에게 브렉시트 후 외국과의 관계를 정립하는 중책이 맡겨진 것이다. 자유무역 신봉자이자 인기 정치인인 그가 적임자라는 평가도 있지만 “놀라운 부활”이라거나 “터무니없는 직업을 갖게 됐다”며 비꼬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다른 나라 언론은 언행이 사나워 ‘영국의 트럼프’라 불리는 존슨의 외무장관 기용을 ‘충격’으로 받아들였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가장 외교 수완이 없는 사람이 외무장관이 됐다”고 비난했다. 존슨이 과거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을 향해 “부분적으로 케냐 대통령”이라고 말한 것도 거론했다. CNN방송은 존슨이 2007년 칼럼에서 힐러리 클린턴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를 “정신병원 간호사처럼 염색한 금발에 삐죽거리는 입, 차가운 눈빛”이라고 표현했다고 보도했다. 그는 “뉴욕에 가지 않는 이유는 트럼프를 만날 위험이 있기 때문”이라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를 비난했다.
심지어 2개월 전에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과 염소의 성적관계를 암시하는 시를 써 잡지 스펙테이터의 ‘에르도안 공격하기 시 대회’에서 우승한 점도 언급됐다. BBC는 각국 언론이 존슨의 외무장관행을 얼마나 황당하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반응을 모은 기사까지 내보냈다.
메이는 이날 존슨을 포함한 주요 각료 6명을 발표했다. EU 탈퇴파와 잔류파가 고루 이름을 올렸다. 총리급인 재무장관에는 필립 해먼드(60) 외무장관, 내무장관에는 여성인 앰버 러드(52) 에너지장관이 발탁됐다. 탈퇴파 리암 폭스(54) 전 국방장관은 국제통상장관으로 돌아왔고, 마이클 팰런(46) 국방장관은 유임됐다. EU 탈퇴 협상을 위해 신설된 브렉시트부에는 탈퇴 진영의 데이비드 데이비스(67) 의원이 임명됐다.김미나 기자 mina@kmib.co.kr
모두가 놀란 선택… ‘막말’ 보리스 존슨 英 외무장관 발탁
입력 2016-07-14 18:46 수정 2016-07-14 2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