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장기(18개월 연속) 수출 감소 행진이 곧 멈출 것으로 보인다. 이달이나 다음 달부터 수출액 증가율이 전년 동기 대비 플러스(+)로 전환해 완만하게나마 상승 곡선을 그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4일 유안타증권 정원일 연구원은 7월 수출 증감률이 -0.9%에서 +2.2% 사이가 될 것으로 예상하면서 “플러스 전환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들어 10일까지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21.6% 줄었다. 하지만 주말이 두 번 껴서 조업일수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이틀 적은 점을 고려하면 일평균 수출액은 오히려 4.5% 늘었다. 이런 추세가 월말까지 지속된다면 플러스 전환을 기대해볼 수 있다. 월별 수출액은 지난 5월(-6.0%)부터 감소폭이 줄기 시작했다. 특히 6월에는 -2.7%로 1년 만에 가장 낙폭이 작았다.
정 연구원은 수출이 추세적인 증가로 방향을 튼 것으로 진단했다. 환율과 유가, 수출물량 등 여건이 긍정적이기 때문이다. 올해 평균 원·달러 환율은 1152.9원으로 지난해 7월 평균 환율 1146.9원보다 상승(원화 약세)한 수준이다. 특히 일본과의 수출 경합도가 높은 무역구조상 원·엔 재정환율의 상승은 수출에 호재다. 엔저가 심할 때는 100엔당 900원 아래로까지 떨어졌던 원·엔 재정환율이 현재 100엔당 1100원 안팎에서 움직이고 있다. 그동안 수출 감소세가 컸던 석유제품과 선박도 유가 회복과 선박인도 지연 문제 해소에 따라 회복세가 기대된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도 수출이 상반기의 두 자릿수 감소세(-10.1%)를 딛고 하반기에 미약하게 증가세(+0.9%)로 돌아설 것으로 전망했다. 선진국 경기 회복과 신흥국 수입수요 확대, 유가 상승에 따른 단가 인상, 원·달러 환율의 완만한 상승 등이 수출 증가세를 이끄는 요인이다.
미국의 가계 저축률 하락과 소비성향 개선이 한국의 수출업종에 혜택을 가져다줄 것이란 분석도 있다. NH투자증권 안기태 연구원은 “미국 저축률이 낮아질 때 한국 내수업종 대비 수출업종의 출하지수가 높아졌다”며 “수출주의 선전이 기대된다”고 밝혔다.
유가 급락을 전후해 4.5%에서 5.9%로 급등했던 미국의 가처분 소득 대비 저축률은 지난 5월 5.3%로 낮아졌다. 물가가 더 떨어질 것으로 보고 소비보다 저축을 택했던 사람들이 점차 물가 상승을 예상하고 소비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미국 소비자들이 소비를 많이 할수록 한국을 비롯한 신흥국의 수출에 긍정적이다. 안 연구원은 “미국 저축률은 한국 수출 증감률이나 코스피지수와 음(陰)의 상관관계를 보인다”며 “미국 저축률 하락에 따른 한국경제 수혜 가능성을 생각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하반기에 수출이 늘어도 올 한해를 통틀어 수출 증감률 플러스 전환은 어려울 전망이다. 상반기에 워낙 낙폭이 컸고, 하반기의 증가세도 급격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국제무역연구원은 올해 연간 수출 증가율을 지난해(-8.0%)보다 낙폭이 줄어든 -4.7%로 예상했다. 문병기 수석연구원은 “선진국 경기와 유가 회복 등 우리 수출에 긍정적인 측면이 존재하지만 미국의 통상 압력과 세계경제의 장기 저성장, 신흥국과의 경쟁 가속화 등 불안 요인도 적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
19개월 만에… 수출 감소 행진 드디어 멈추나
입력 2016-07-15 0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