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열사 → 그룹 핵심… 롯데 비자금 ‘본류’ 잡았나

입력 2016-07-15 10:27

서울중앙지검 롯데수사팀이 계좌추적과 금융거래정보 수집에 나선 9명은 롯데그룹 오너 일가와 그룹 심장부인 정책본부 관계자, 그리고 주요 계열사의 전·현 최고경영자(CEO)들이다. 검찰 수사의 초점이 비자금 규모 확인에서 진일보해 그룹 핵심인사들에게 비자금이 흘러가는 ‘본류’로 향했다는 의미다. 검찰은 궁극적으로 신동빈(61) 회장이 회삿돈을 빼돌리고 세금을 포탈했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지난달 금융권으로부터 롯데그룹의 ‘돈줄’ 롯데캐피탈과 롯데닷컴, 롯데정보통신 등 6곳의 법인계좌 관련 정보를 수집했었다. 그로부터 1개월 뒤에 신 회장을 비롯한 수뇌부 9명의 개인·상대방 금융거래정보를 요구한 것이다. 법인들을 통해 파악한 미심쩍은 자금 흐름이 롯데그룹 핵심인사들과 얽히는지, 결국 비자금의 종착지는 어디인지 확인하려는 목적으로 풀이된다.

계좌추적 대상자들의 면면을 보면 검찰이 의심하는 비자금 흐름의 핵심고리는 롯데쇼핑이다. 신 회장과 이인원(69) 부회장, 이원준(60) 롯데쇼핑 대표이사 등 추적 대상 9명 중 5명이 롯데쇼핑의 전·현직 대표였다. 백화점·마트·시네마 등 다양한 사업본부를 거느린 롯데쇼핑은 신 회장이 애착을 보이던 중국 사업과 관련해 가장 활발한 활동을 펼친 계열사로 꼽힌다.

검찰은 롯데그룹이 자본금보다 부채가 컸던 중국 홈쇼핑업체 러키파이를 거액에 인수한 배경을 수사 초반부터 의심해 왔다. 롯데쇼핑의 자회사 롯데홈쇼핑은 2010년 조세회피처인 케이맨제도에 롯데홈쇼핑코(LHSC)를 세우고 1900억원에 러키파이 지분 100%를 사들였다. 하지만 롯데쇼핑은 올해 들어 “러키파이의 인수를 위해 설립한 LHSC의 경우 당기순손실 1643억원을 기록했다” “전기에 비해 약 1600억원 이상 손실 폭이 확대됐다”고 투자자들에게 알린 상태다.

비자금을 통한 정부 로비 정황이 포착된 롯데홈쇼핑의 강현구(56) 대표 또한 계좌추적 대상이다. 롯데홈쇼핑은 임직원에게 급여를 지급한 뒤 돌려받거나 상품권을 액면가보다 낮게 현금화하는 일명 ‘깡’ 방식으로 비자금을 조성한 정황이 이미 포착된 상태다. 강 대표가 ‘대포폰’을 사용한 사실 등이 확인되며 롯데홈쇼핑의 대정부 로비에는 그룹 차원의 조직적 지시가 있었다는 관측이 크다.

지난달 10일 압수수색 이후 관련자 소환을 거듭하던 롯데쇼핑과 대홍기획의 법인계좌 추적이 시작된 부분도 주목할 만하다. 내부거래가 많은 롯데쇼핑과 대홍기획은 최근 4년간 800억원이 넘게 서로간의 거래 장부가 맞지 않았다(국민일보 6월 13일자 1·8면 보도 참조). 검찰은 내사 단계부터 국세청의 대홍기획 세무조사 자료를 분석했고, 이달 들어서는 대홍기획의 자회사와 거래처를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비정상적인 자금 흐름이 결국 거액의 세금 포탈로 연결된다고 본다. 검찰은 이를 입증하기 위해 금융권에 신 회장 등의 거래 상대방 계좌는 물론 수표·보험·대여금고 정보까지 원본 데이터로 요구했다. 귀중품·문서 보관정보, 인터넷 프로토콜(IP) 주소도 넘길 것을 당부했다.

요구 자료에는 9명의 명의로 이뤄진 외화거래내역도 포함됐다. 일본 롯데홀딩스가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롯데그룹은 검찰 수사와 함께 국부유출 논란에 휩싸인 상태다. 신격호(94) 총괄회장이 조세회피처 스위스에 설립한 페이퍼컴퍼니 로베스트 역시 계열사들의 비상장주식 고가 매입과 관련, 수사선상에 올라 있다.

이경원 황인호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