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와 함께라면 지옥이라도 기꺼이 가겠소. 아니, 내 목숨도 내놓을 수 있답니다. 당신의 우아함은 어느 누구한테도 비교할 수 없습니다. 그대의 치명적인 사랑스러움과 아름다움은 나를 금방 얼어붙게 하지요.’
미국 소설가 어니스트 헤밍웨이(1899∼1961)가 고등학생 때인 1918년 첫사랑에게 쓴 편지가 최근 발견됐다고 시카고트리뷴이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언론인 로버트 엘더가 시카고 교외 오크파크의 헤밍웨이 서고에서 발견한 이 편지에는 10대였던 헤밍웨이의 열정적 사랑 고백이 담겨 있다. 편지를 받은 여성은 아네트 데보다. 헤밍웨이가 오크파크 고교 4학년일 때 3학년 학생이었다. 둘은 헤밍웨이보다 1년 선배의 졸업앨범을 만드는 일을 거들다가 만난 것으로 전해졌다.
시카고트리뷴은 “헤밍웨이가 고등학생 때 사냥과 낚시에 빠져 살았다는 점은 잘 알려져 있지만 당시 이토록 열정적인 사랑을 했다는 사실은 처음 나왔다”고 전했다.
헤밍웨이는 데보와 친했던 친누이에게 데보의 근황을 자주 물었다. 주변에서 파티가 열리면 데보가 참석했는지를 누이를 통해 알아보기도 했다.
데보는 1982년 오하이오주 클리브랜드에서 숨진 것으로 확인됐다. 남편은 오크파크 고교의 3년 선배였다. 그의 아들(82)은 “어머니가 헤밍웨이와 잠시 데이트를 한 게 맞다. 영화관에 놀러 가곤 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또 “어머니는 쾌활하고 외향적인 성격을 가졌고 아주 우아한 분이었다”고 설명했다. 데보는 꽃꽂이 전문가로 활동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데보의 손자(59)는 “할머니는 헤밍웨이와 사귀었던 일에 대한 얘기를 많이 하지 않았다. 오히려 과거를 잊으려 했다”고 말했다.
헤밍웨이는 이듬해 미국 적십자사 요원으로 1차 세계대전이 한창인 이탈리아로 떠나 데보와 헤어졌다. 그는 현지에서 부상해 치료받다 자신보다 7세 많은 이탈리아 간호사 아그네스 폰 쿠로프스키와 사랑에 빠졌다. 데보의 존재가 알려지기 전까지는 쿠로프스키가 헤밍웨이의 첫사랑으로 알려져 있었다. 헤밍웨이에게 노벨상을 안긴 ‘무기여 잘있거라’에 나오는 간호사 캐서린 바클리의 실제 모델이 쿠로프스키다. 하지만 헤밍웨이는 쿠로프스키와도 헤어졌고, 1921년 4명의 아내 중 첫 번째인 해들리 리처드슨과 결혼했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
헤밍웨이의 숨은 첫사랑… 10대 때 쓴 연애편지 발견 “그대와 함께라면 지옥이라도 가겠소”
입력 2016-07-14 17:53 수정 2016-07-14 21: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