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차별적 교회문화 ‘여혐’ 부추길 수 있다

입력 2016-07-14 20:56
지난 5월 서울시청 지하1층 시민청에 마련된 강남역 살인사건 추모공간에 추모의 글이 담긴 메모지들이 가득 붙어있다. 국민일보DB

여성을 남성에 비해 부족한 존재로 바라보거나, 남성을 유혹하는 존재로 이해하는 잘못된 성차별적 교회 문화가 교회 내 여성혐오를 부추길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김은혜 장로회신학대 기독교와문화 교수는 14일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회관 조에홀에서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이사장 홍정길 목사) 주최로 열린 ‘여성혐오에 대한 기독교의 반성- 쉘 위 오버컴(Shall We overcome)?’ 포럼에서 이같이 밝혔다.

김 교수는 ‘한국교회, 여성혐오를 넘어서다’란 제목의 발제에서 “21세기인 지금도 한국교회의 많은 목회자들이 성서와 기독교 전통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또 다른 여성혐오를 재생산한다”며 “남성에 대한 복종과 순종을 교회 여성의 중요한 가치로 강조하는 점 등이 대표적”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강한 배타성과 가부장적 질서가 남아있는 성차별적 교회 문화 속에서 신앙을 받아들이는 여성은 겸손과 자기비하, 교만과 자아존중감을 구분치 못하고 자기혐오에 빠지기 쉽다”며 “이에 좌절해 교회를 떠나는 여성들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또 “교회가 여성혐오를 넘어서기 위해선 ‘여자와 남자를 하나님의 형상에 따라 만드셨다’는 말씀을 기초로 차별을 극복하며 인간 존엄성의 회복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신앙을 확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한국교회가 양성평등 문화로 바꾸는 일에 앞장설 것’ ‘가부장적 질서를 버리고 여성과 남성이 동등하게 교회를 섬기게 할 것’ ‘여성혐오 피해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것’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혐오를 넘어서는 여성주의적 응시의 윤리’를 주제로 강연한 백소영 이화여대 기독교사회윤리학 교수는 “최근 여성혐오가 유난히 불거져 나온 배경에는 가부장 문화가 가진 남성우월주의와 젊은 남성들이 진취적 여성에 대해 갖는 사회적 박탈감이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혐오의 근본적 해결은 성별, 인종, 자본 유무에 상관없이 한 인간으로 바라보는 전인격적 태도에 달렸다”며 “2000년 전 예수께서 가르친 윤리대로 배제된 약자의 외침을 경청하고 연대에 적극 나서자”고 강조했다.

포럼에서는 강남역 묻지마 살인사건 피해자 추모에 참여한 이들의 증언도 이어졌다. 장신대 신대원생 최자혜씨는 “여성과 남성, 두 그룹의 전선이 명백히 갈려 대립하던 추모공간에서 우리 사회 내 여성혐오가 자연스럽게 확산돼 있음을 실감했다”며 “이를 종식하기 위해선 이런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기억하는 일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