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여운 캐릭터 유아용 어플 정서발달 악영향 줄 수도

입력 2016-07-14 21:04
유아가 사용가능한 어플 중 일부가 유아들에게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사진은 어플 게임 ‘앵그리버드2’의 한 장면. 게임화면 캡쳐

앵그리버드2 등 유아를 대상으로 하는 일부 어플이 크리스천 어린이들의 정서발달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총신대 유아교육과 정희영 교수 등은 ‘유아용 어플의 기독교 세계관적 분석 연구’에서 이같이 밝혔다. 정 교수 등은 최근 유아들이 사용가능한 게임 어플 중 다운로드 100만 건 이상인 ‘앵그리버드2’ ‘공룡퍼즐’ ‘뽀로로 펭귄런’ ‘타요차고지놀이’ 등 10여개의 특징을 분석했다. 평가를 위해 크게 ‘창조’ ‘타락’ ‘구속(救贖)’ 등 기독교세계관 관련 주제 3가지를 정하고, 그 아래 총 24개 평가문항을 뒀다. 평가에는 정 교수 외에 기독교유아교육을 전공한 박사 3명이 참여했다.

예를 들어 창조 영역에서는 ‘게임이 무에서 유를 만들어내도록 구성돼 있는지’ ‘게임이 질서가 있고 단계적인지’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지’ 여부를 따졌다. 타락 영역에선 ‘게임에 공격적이고 파괴적 요소가 있는지’ ‘강한 경쟁심을 유발하는지’ ‘다른 캐릭터를 없애는 장면이 많이 나오는지’ 여부를 살펴봤다. 구속 영역에선 ‘게임 스토리에 평화적 관계를 추구하는 내용이 있나’ ‘다른 캐릭터를 돕는 영역이 있나’ 등이다.

평가결과 유아 대상 어플들은 창조 관련 항목이 평균 10.1점으로 가장 점수가 높았다. 주목할 것은 타락(5.1)관련 점수가 구속(4.1)보다 높게 나왔다는 점이다. 정 교수는 “유아전용 게임들은 경쟁적·폭력적 요소를 낮추고 교육적 요소를 포함하고자 질서 있게 구성된 경우가 많았다”면서도 “그러나 유아부터 성인까지 모두 사용할 수 있는 ‘전체 이용 가’ 등급 게임은 비교적 경쟁과 폭력적 요소가 많이 포함돼 있었다”고 설명했다.

타락과 관련해 점수가 가장 높은 게임은 앵그리버드2였다. 앵그리버드는 핀란드 게임회사 로비오 엔터테인먼트가 개발한 게임으로 자신의 알을 훔쳐간 돼지에게 화가 난 새들이 새총에 몸을 직접 실어 돼지에게 몸을 던져 보복하는 방식이다. 이 게임 시리즈는 전 세계적으로 누적 다운로드 수가 70억 건에 달하며 유아는 물론 성인들도 폭넓게 사용하고 있다.

로비오 엔터테인먼트사의 매니저 줄리앙 포쥬드는 과거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1∼3세 아기도 조작할 수 있을 정도로 단순함”을 앵그리버드의 성공요인으로 꼽았다. 2012년 경찰청이 앵그리버드를 학교폭력 근절 예방홍보 캐릭터로 선정했을 당시 “‘화남’과 ‘보복’이라는 특징을 가진 앵그리버드는 폭력 예방 홍보 캐릭터에 적합하지 않다”며 반대 여론이 일기도 했다.

정 교수는 “유아는 선·악 개념과 폭력의 유해성에 대한 인식이 아직 자리 잡지 않은 경우가 많고, 관찰과 모방을 통해 사회적 학습을 하는 경향이 있다”며 “특히 폭력성이 높은 미디어 매체에 지속적으로 노출될 경우 그 행위를 모방함으로써 유아의 폭력적 행위가 증가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사야 기자 Isaia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