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부담 없게… ‘돈 되는’ 시술 않는 착한 치과

입력 2016-07-14 20:48
강창용 그린서울치과 원장이 최근 서울 마포구에 있는 병원 진료실에서 환자를 치료하다 카메라 렌즈를 보자 미소 짓고 있다. 이 병원은 과잉진료를 하지 않아 ‘착한 치과’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강민석 선임기자

강창용(45) 서울 마포구 백범로 그린서울치과 원장은 과잉진료를 하지 않는다. 환자들에게 부담이 되는 임플란트나 금니 등 소위 ‘돈 되는’ 시술도 하지 않는다. 꼭 필요한 경우에는 다른 치과를 소개해준다. 그린서울치과는 그래서 ‘착한 치과’로 입소문이 나 있다.

최근 치과 사무실에서 만난 강 원장의 책상 위엔 성경책이 놓여 있었다. 그는 “성경엔 사람을 치료하는 사람이 알아야 할 메시지가 많이 담겨 있다”고 말하며 책을 펼쳤다.

강 원장이 누가복음 6장 21절을 읽었다. ‘지금 주린 자는 복이 있나니 너희가 배부름을 얻을 것임이요 지금 우는 자는 복이 있나니 너희가 웃을 것임이요.’ 봉독을 마친 뒤 그가 비싼 시술을 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예수님은 항상 가난한 사람들을 돌아보시고 위로하셨어요. 저도 의사로서 이들의 아픔을 고치고 웃음을 드리고 싶은데 병원에 왔다가 치료비 때문에 오히려 더 큰 짐을 안고 가게 할 순 없었어요.”

비싼 시술이 꼭 필요한 환자인데도 직접 치료하지 않고 믿을만한 다른 치과를 소개해주는 이유는 ‘돈 벌려고 괜히 비싼 치료하는 건 아닌가’하는 의심이 들면 의사에 대한 신뢰를 갖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는 “환자가 편한 마음으로 치료받도록 해 주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가 빈자들의 처지를 생각하고 이해하려 하는 건 그 역시 어려운 성장과정을 겪은 것과 무관치 않다. 그는 중학교를 졸업한 뒤 집안사정으로 고등학교에 진학하지 못했다. 어머니가 잘 아는 아주머니 댁에 얹혀살면서 신문과 중국음식을 배달하며 생활했다. 아주머니는 신앙 좋은 교회 집사였는데 그분의 손에 이끌려 처음 교회에 갔다. 전쟁터 같은 일상을 보내다가 주일에 교회에 가면 마음이 편안해졌다고 했다. 성도들이 예배 드리며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면 부럽다는 생각이 들어 더 열심히 신앙생활을 하려고 애썼다. 지금은 서울 충신교회(이전호 목사) 집사다.

검정고시를 거쳐 1992년 서울대 치대에 입학했다. 졸업 후 인천의료원 등에서 일하다 2006년 5월 그린서울치과를 열었다. 치과를 운영하는 건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인건비라도 아끼기 위해 2011년부터는 직원을 두지 않고 진료 상담 수납 등을 혼자 도맡아했다. 만연해 있는 과잉진료의 병폐를 언론을 통해 들추기도 했다. 많은 치과의사들의 원망을 사면서 괴로웠던 적도 있다.

“양심적인 치과의사들도 상당히 많아요. 그러나 방사선 치료를 할 때 건강한 세포도 죽듯이 언젠가는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했어요.”

이 대목에선 누가복음 말씀을 인용했다. ‘숨은 것이 장차 드러나지 아니할 것이 없고 감추인 것이 장차 알려지고 나타나지 않을 것이 없느니라.’(눅 8:17)

강 원장은 지난해 겨울 있었던 일을 잊지 못한다. 눈이 많이 내린 어느 날, 한 할머니가 새벽 5시부터 줄을 서서 기다려 치료를 받으러 왔다. 간단한 시술로는 치료가 어려울 정도로 치아 상태가 좋지 않았지만 보험 적용이 되지 않았다. 안타까운 마음에 눈물이 쏟아져 치료를 하다가 원장실을 들락거려야 했다. 그는 “국민건강보험이 금니 시술까지 확대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렇게 되면 치과의사들의 수입은 줄어들게 된다. 강 원장이 말했다.

“가난한 사람들이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이건 제가 다니는 충신교회의 목표이기도 해요. 세상에는 아픈 사람이 많아요. 몸뿐만 아니라 마음까지 아픈 사람들 말이에요. ‘가난한 사람들이 쉽게 치과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보험 적용 시술이 확대되게 해 달라’는 게 저의 기도제목입니다. 돈 많이 버는 치과의사보다 아픈 사람을 치료하면서 ‘세상을 치료하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