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골프계에서 브리티시오픈은 세계 최고(最古)의 권위를 자랑하는 메이저대회다. 골프 탄생지인 영국 바닷가의 변화무쌍한 바람과 억센 러프, 시도 때도 없이 내리는 비로 대변되는 ‘자연’과의 싸움으로 유명하다. 이 대회가 14일(현지시간)부터 열렸다. 하지만 올해 대회는 역대 최악의 대회가 될 전망이다. 유수의 세계 톱랭커들이 이번 대회를 기점으로 연이어 열리는 프로대회에 나서느라 올림픽을 내팽개쳤기 때문이다. 골프의 가장 큰 덕목으로 추앙받는 ‘명예’를 버리고 돈벌이만 추구하는 이들에게 “애국심도, 진짜 골프 사랑도 뭔지 모르는 장사꾼들”이란 혹평이 쏟아진다.
최고 권위, 브리티시오픈
브리티시오픈 공식 명칭은 ‘디 오픈(The Open)’이다. 1860년 창설돼 올해로 145회째다.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오픈 대회’라는 자존심의 표현으로 어떠한 수식어 없이 정관사(The)를 붙였다. US오픈(1895년), PGA챔피언십(1916년), 마스터스(1934년) 등 다른 메이저대회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오랜 전통을 자랑한다.
이번 대회 장소는 스코틀랜드 사우스아이셔의 로열 트룬 골프클럽(파71·7064야드)이다. 이 곳은 ‘개미허리’ 페어웨이와 항아리 벙커, 거친 러프로 황량한 풍경을 자랑한다. 스코틀랜드 특유의 강한 바닷바람이 선수들의 오금을 저리게 만든다.
홀 중 가장 유명한 곳은 ‘우표 도장(Postage Stamp)’이란 애칭이 붙은 8번홀(파3)다. 불과 전장 123야드로 짧은 홀이지만, 열 걸음 정도 밖에 안되는 그린이 좌우로 두 개씩의 벙커들 사이에 좁게 놓여 있다. 왼쪽 벙커 너머는 풀이 무성한 언덕이고 오른쪽 벙커를 지나면 가파른 절벽이다.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미국)가 1997년 최종 4라운드에서 ‘3온 3퍼트’ 트리플보기로 소위 ‘양파’를 범했고, 한 독일 아마추어는 1950년 ‘12온 3퍼트’로 15타를 치기까지 했다. 11번홀(파4)도 유명하다. ‘기찻길(The Railway)’이라는 별명이 붙은 곳이다. 이 홀 옆으로는 간간히 2량짜리 열차가 휙휙 지나간다.
애국심 내팽개친 골퍼들
당연히 올해도 유명 골퍼가 총출동했다. 세계랭킹 1위 제이슨 데이(호주), 2위 더스틴 존슨(미국), 3위 조던 스피스(미국), 4위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가 모두 나섰지만, 이들은 공교롭게 모두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로올림픽 불참자들이다. 이들의 속내는 상금도 없는 올림픽보다는 ‘돈벌이’가 되는 프로 투어에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올림픽은 상금이 없지만, 브리티시오픈은 우승상금이 무려 117만 파운드(17억6000만원)이고, 다음 주 열리는 PGA챔피언십도 엄청난 돈이 걸려있다.
1라운드 경기를 앞두고 열린 기자회견장에선 이 대회가 아니라 리우올림픽 불참이 주된 화제였다. 걔중 매킬로이는 노골적인 올림픽 폄하 발언으로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그는 “난 이기려고 골프를 하지, 다른 사람들이 골프치도록 독려하기 위해 골프채를 잡은 게 아니다”고 했다. 보다못한 프로골퍼 출신의 해설자 브랜든 챔블리는 “골프를 올림픽에 넣기 위해 노력해온 수많은 골프계 인사들을 모독하고, 올림픽 참가 선수 전체를 깔봤다”며 매킬로이를 맹비난했다.
골프, 올림픽서 퇴출되나
세계 톱랭커들의 잇단 출전 포기와 망언으로 112년 만에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부활한 골프의 입지는 휘청대고 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발끈하고 있다. 골프를 아예 올림픽 종목에서 퇴출하겠다는 경고장까지 던졌다.
토마스 바흐 IOC위원장은 AP 등 주요 외신 인터뷰에서 “골프 선수들의 결정은 존중하지만 톱랭커 불참은 올림픽에서 골프의 미래를 재평가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최고의 선수가 얼마나 참가하느냐는 정식 종목으로 남게 되는 주요 요소 중 하나”라며 “올림픽이 끝나면 국제골프연맹과 논의를 하겠다”고 덧붙였다.
골프는 이번 대회를 포함해 2020년 도쿄올림픽까지 정식 종목으로 남는다. 하지만 2024년 올림픽까지 생존하기 위해서는 내년 IOC 총회를 거쳐야 한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
관심 꺼진 The Open… “올림픽 기피자들의 돈벌이 대회”
입력 2016-07-15 04: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