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지도 작지도 않으면서 균형이 잘 잡힌 교회, 나는 이런 교회가 좋다. ‘콤팩트 교회’(Compact Church)라고 할까. 나는 이런 교회를 짓고 싶다.
한국의 개신교회는 1960년 5011개에서 2002년 6만785개까지 급속하게 팽창했다. 그러나 그 뒤로 성장이 주춤하면서 2009년엔 교회수가 오히려 5만8612개로 줄었다. 지금은 한 해 1000개씩 교회가 새로 생겨나고, 1300개씩 문을 닫는다고 한다.
개신교회의 교인 수는 1995년 876만명에서 정점을 찍고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5년 개신교인의 수는 861만 명, 천주교인은 514만 명이다.
1990년대 한국 개신교회의 엄청난 부흥과 발전은 세계를 놀라게 했으며 기독교 역사 상 단일교회로서 가장 큰 교회도 한국에서 나왔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서서 한국의 개신교는 주류교회의 세습과 교회 지도자들의 이중적인 모습에 실망하여 많은 교인이 교회를 떠나는 현상도 나타났다.
개신교회 관련 불편한 소식은 교회건축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2014년 6월 13일 모 일간신문은 “대법원에 따르면 지난 한 해 동안 경매에 붙여진 교회 건물은 무려 96건에 달했다”고 보도했다.
한국교회는 교회건축을 위해 한 해에 이자로만 5000억∼6000억 원에 달하는 돈을 지출하고 있으며 교회가 빌린 돈의 총규모는 약 10∼12조원에 이를 것이란 분석이 있다.
교회를 짓다가 이자를 갚지 못해 교회가 무너지고 교인이 갈 곳을 몰라 방황하는 불행한 현실이 왕왕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과유불급이라고 한다. 교인의 소중한 헌금이 교회건축 이자 갚는 데 소모되고 있다면 교회로서도 부끄러운 일이 아닐까.
우리나라는 2018년에 고령사회가 시작돼 2026년에는 초고령사회로 진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과거의 고도성장기와 같은 헌금 여력이 없음을 이제 교회도 안다. 앞으로는 빚을 크게 지고 있는 교회는 쓰러질 개연성이 있음을 암시하고 있다. 이대로 가다가는 문 닫고 쇠퇴하는 서구 교회의 암울한 모습이 우리에게 현실로 다가올지도 모르겠다.
루터의 종교개혁은 ‘베드로 대성당’을 건축하는 명분으로 면죄부 판매를 남발하는 등 오도된 교리를 강요하는 교황과 고위성직자들의 부패에 대한 반박에서 시작됐다. 하지만 이제 한국의 개신교회가 교회건축에 있어서 화려함과 방만함 추구한다면 그것은 새로운 중세로의 회귀를 뜻하는 것으로 역사의 아이러니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문 닫은 예배당’은 이제 일반적인 현상이 되고 있다. 주일 단 하루만 활동적인 교회가 늘고 있다. 언제 어디서나 유비쿼터스 환경이 존재하고 현실화하고 있지만 지친 영혼들 누구나가 편한 마음으로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는 문턱 낮은 교회는 찾기 어렵다. 대형교회를 선호하는 풍토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많은 교회가 필요 이상으로 교회를 크게 짓고 있다. 개신교회 1인당 교회면적은 천주교의 그것과 비교해서 2배를 넘는다. 크기를 줄여도 얼마든지 경건하고 좋은 교회를 지을 수 있다. 교회경매 등의 문제도 이자지급 불능의 문제로 보기보다는 오히려 건축규모의 방만함에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마치 경쟁하듯이 커져만 가는 한국 대형교회, 특히 초대형교회의 교회건축에 대하여 교회건축이기를 포기한 건축으로 보는 안쓰러운 시각도 많다.
우리나라 최초의 개신교 교회건축물은 1897년 아펜젤러 선교사가 중심이 돼 건립된 정동제일교회(사진)다. 붉은 벽돌로 지어진 단층 예배당으로 교회 내부는 장식 없이 간결하고 소박하다. 가수 이문세가 ‘눈 덮인 조그만 교회당’이라고 잔잔하게 노래한 그 교회다. 120년 전 이 땅에 지어진 교회당에서 우리는 단순함과 검소함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 교회건물은 교회의 표상이다. 교만을 버리고 과시하지 않는 작더라도 실용적인 ‘콤팩트 교회’가 많아지기를 소망한다.
박승배 대표이사
◇약력=△연세대 건축공학과 졸업 △공학박사(연세대대학원도시공학과)△뉴어프로치건설㈜ 대표이사△순복음 실업인선교회 정회원
[박승배의 불편한 교회건축 이야기] 눈 덮인 조그만 교회당이 필요하다
입력 2016-07-15 17:50 수정 2016-07-18 10: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