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14일 ‘국민 생존권’을 내세워 미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THAAD) 배치 결정을 둘러싼 논란 종식을 호소하고 나섰다. 사드 배치 지역으로 결정된 경북 성주 주민 반발과 정치권 논란 등 국론 분열까지 우려되는 현 국면을 국민 생명과 안전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명분으로 정면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특히 사드 배치에 따른 중국의 극렬한 반발 등 동북아 안보 정세에 커다란 지형 변화가 예고된 상황에서 국내에서도 논란이 장기화될 경우 국정 운영에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국론 분열 막자’ 논란 적극 차단
박 대통령은 14일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 참석차 출국에 앞서 오전 청와대에서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소집했다. 출국을 앞두고 심상치 않은 대내외 상황 관련 대책을 논의하기 위한 차원이다. 박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이번 결정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현실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것보다 더 중요한 가치는 없다는 판단 하에 한·미동맹의 미사일 방어 능력을 시급히 강화해야 한다는 절박감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말했다. 또 “정쟁으로 국가, 국민 안위를 잃으면 대한민국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고도 했다. 국론 분열로 사회적 혼란이 지속되는 상황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의미다.
박 대통령은 특히 NSC에서 사드 방어개념도까지 동원해 직접 사드의 전략적 효용성, 패트리엇 포대를 통한 수도권 방어 능력을 설명했다. 또 전자파 유해성 논란에 대해선 일일이 반박하면서 성주 지역 주민들을 안심시키는 데 주력했다. 주민 건강과 환경 피해, 농작물 피해 우려에 대해선 “오히려 우려한다는 것이 이상할 정도로 안전한 지역이고, 인체나 농작물에 전혀 피해가 없다”고도 했다.
강력 반발하는 중국 설득 주목
이날 오후 몽골 울란바토르에 도착한 박 대통령은 15일부터 열리는 ASEM에 참석한다. 가장 주목되는 것은 회의에 참석하는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와의 조우 여부다. 중국 정부는 사드 배치 논의 시기부터 일관되게 ‘강력한 반대’를 천명해 왔고, 사드 배치 중단 역시 노골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박 대통령이 회의 기간 리 총리를 만날 경우 중국 측에 우리 입장을 어떤 식으로 설명하면서 설득시킬지가 커다란 외교적 과제다. 박 대통령은 지난 11일 “사드는 제3국을 겨냥하거나 안보이익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밝힌 상태다. 하지만 중국은 사드 레이더 탐지 능력을 자국의 전략적 이익을 심대하게 침해한다는 시각에서 움직이지 않고 있다. 박 대통령이 수차례 강조해온 대로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중국의 ‘건설적 역할’론이 제대로 작용하기 위해선 이런 중국의 시각을 바로잡는 게 필수적이다.
일단 청와대는 회의 기간 한·중 또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와의 한·일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에 대해 “현재로선 그런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 회의가 사드 배치 결정, 중국의 남중국해 영유권 관련 국제법정 판결 직후 처음 열리는 다자회의인 만큼 어떤 식으로든 관련 의견이 오갈 개연성은 충분하다.
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
[분석] 朴 대통령, 리커창 만나 ‘사드’ 설득할까
입력 2016-07-15 0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