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이흥우] 닌텐도 살린 ‘포켓몬 고’

입력 2016-07-14 19:09

본격적인 피서철도 아닌데 속초에 사람들이 몰려들고 있다. 미국, 호주, 뉴질랜드, 독일에서 출시되자마자 광풍을 일으키고 있는 ‘포켓몬 고’ 게임에 빠진 사람들이다. 이 게임은 아직 우리나라에 출시되지 않았으나 개발사인 미국의 나이앤틱이 고의인지, 실수인지 속초 일대와 울릉도를 서비스 가능지역으로 분류해놓은 바람에 빚어진 일이다.

나이앤틱이 일본 게임업체 닌텐도와 손잡고 개발한 포켓몬 고는 위치정보시스템(GPS)에 기반한 증강현실(AR) 모바일 게임이다. 스마트폰으로 특정 장소를 비출 때 나타나는 포켓몬을 잡는 방식이다. 미국에서는 사용자 당 이용시간이 페이스북을 넘어서는 등 최고 게임기록을 경신했다고 한다. 이 게임의 성공으로 내리막길을 걷던 닌텐도는 대박이 났다. 지난 6일 미국 등에서 게임이 출시된 이후 닌텐도 주가는 60% 가까이 급등했다.

닌텐도는 한때 게임업계 세계 최강자였으나 온라인 게임을 무시하다 그 지위를 우리나라 업계에 넘겼다. 그랬던 닌텐도가 역으로 우리나라에 제대로 한방 먹인 셈이다. 아쉬운 것은 AR 기술을 우리나라가 먼저 개발했다는 점이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은 스마트폰이 보급되기 전인 2009년 문화콘텐츠산업 기술지원 사업 과제로 선정된 모바일 AR 기술 개발에 착수, 2013년 완료했다. 우리나라는 진작 이 기술을 개발해놓고도 고작 관광지와 박물관 등에서 사용하고 있는 사이 이를 응용한 포켓몬 고가 세상에 나온 것이다. 우리가 포켓몬 고에 앞서 이 같은 게임을 만들 수도 있었다.

아이폰이 세상에 처음 나왔을 때 갤럭시로 곧바로 따라잡을 수 있었지만 포켓몬 고를 따라잡으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고 한다. 닌텐도가 그랬던 것처럼 온라인 게임에 안주하다 모바일 게임 시장을 놓쳐버린 결과다. 정부는 ‘크리에이티브 코리아’를 새 국가브랜드로 정했다. 정말 크리에이티브 하지 않으면 한방에 훅 간다. 포켓몬 고 광풍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궁금하다.

이흥우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