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생존자가 늘면서 암환자들의 암 치료 후 삶에 대한 관심도 함께 증가하고 있다. 암 생존자들은 치료 후 체력 저하로 인한 신체적 고통은 물론 암재발에 대한 두려움, 일상생활 복귀에 대한 두려움 등으로 우울과 불안에 시달린다. 실제 서울대병원 박상민 교수팀 발표에 의하면 암 생존자의 15.6%가 우울증 진단을 받았고, 16.7%가 우울감을 느끼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와 관련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암 생존자의 일상 복귀를 돕기 위한 통합지지센터를 설치하고, 오는 2020년까지 지역암센터를 추가 지정하는 등 총 12개의 센터를 구축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처럼 최근 사회적으로 암 생존자에 대한 관심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런 가운데 암환자의 일상 복귀를 실천하기 위해 문화예술사회공헌네트워크(이하 ARCON)가 주최하고 한국얀센이 후원한 ‘암환자 꿈 응원 캠페인, 드림 온(Dream -On)’이 눈길을 끌고 있다. ‘드림 온’은 암이라는 질병과 싸우느라, 평소 이루고 싶었던 꿈과 멀어질 수 밖에 없었던 환자들에게 자신의 꿈을 찾을 수 있도록 돕는 암환자 정서지원 프로그램이다. 환자가 암 이전의 삶과 같은 일상으로 회복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동력은 환자 자신이다. 드림 온은 암환자가 바라는 삶을 만들고, 원하는 꿈을 이루는 과정에서 자존감과 삶에 대한 의지를 갖도록 하는 나눔활동이다. 환자의 사연에 맞춰 꿈을 이룰 수 있도록 돕는 전문가들이 함께하며, 실제 꿈을 이룰 수 있도록 정서적·경제적 지원을 담당한다.
드림 온은 난소암 환자 4명과 첫 번째 프로젝트를 실시했다. 국가암등록사업에 따르면 난소암은 자궁경부암과 함께 가장 발병률이 높은 부인암으로 5년 내 생존률이 낮고, 사망률이 높다. 환자의 50% 이상이 2∼5년 내 재발한다. 난소암 환자들은 재발과 전이로 긴 항암치료를 받으며 여러 부작용을 겪는다. 이 과정에서 환자들은 여성성은 물론 아내, 엄마로서의 역할 상실을 겪게 되고, 다른 여성암 환자들보다 정서적인 고통이 높다. 하지만 유방암, 자궁경부암에 비해 사회 일반의 인식이나 관심이 부족한 것도 현실이다.
이번 드림 온 1기에 참여한 박은혜(가명)씨는 2008년 처음 난소암 진단 후 지금까지 4번의 수술과 항암 치료를 반복했다. 드림 온에 참여하는 중에도 암 전이가 발견돼 수술을 받았다. 암 진단 이전에는 하고 싶은 일들을 고민 없이 시작할 만큼 적극적인 성격이었던 박씨는 여러 차례의 수술과 치료로 체력이 떨어지면서 고민의 폭이 줄 수 밖에 없었다. 그런 박 씨가 용기를 내어 드림 온에서 이루고 싶은 꿈은 ‘포토그래퍼’였다. 투병 기간 동안 힘이 된 난소암 환자들과 친구들의 사진을 더 잘 찍어 간직하고 소통하고 싶었다.
또 다른 참가자 윤월로씨도 참여를 결정하고 막상 두려움이 많았다고 말했다. 윤월로씨는 암 진단을 받기 전 왕성한 작품활동을 하던 시인이었다. 암 치료 중에도 시를 쓰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고, 실제 암 치료 중 자신의 심리 상태와 두려움을 시로 표현하기도 했다. 암을 극복한 후 시인 윤월로로 돌아가고 싶다는 마음이 컸지만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는지 막막했다. 드림 온은 박은혜씨의 꿈을 돕기 위해 사진 교육을, 윤월로씨의 꿈을 후원하기 위해 시 전시와 시 낭독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했다. 그리고 지난 5월 열린 ‘드림 온’ 참여자들의 모임 ‘난소암 환자와 함께하는 드림 온 첫 번째 이야기’ 행사장에서 가족들과 함께 자신들이 만들어낸 꿈의 결과물을 선보였다. 이날 함께 한 또 다른 2명의 참가자들은 꽃으로 사람들과 소통하려는 플로리스트, 노래로 사람들에게 기쁨을 전하고자 했던 성가대원의 꿈을 이뤘다.
드림 온 첫 번째 이야기 행사장에서는 환자와 가족이 서로의 마음을 공감하는 시간도 마련됐다. 이날 환자가 투병 중 가족으로부터 가장 듣고 싶었던 말로 “행복하게 살아요”, “웃으면서 살아요”, “걱정하지 말아요” 등이 꼽혔다. 박은혜씨는 “드림 온을 통해 나도 할 수 있다는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생겼다. 더 좋은 사진을 찍어 다른 환자들과 소통하고 싶다는 의지가 더 많이 생겼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윤월로씨도 “드림 온을 통해 용기를 얻었고 어느 새 일상으로 한 발자국이 아닌 열 발자국 이상은 다가간 느낌이었다. 내가 좋아하는 일, 나의 꿈을 이뤄가면서 자신감이 생겼는데, 이런 나의 이야기가 또 다른 사람에게 희망이 될 수 있다는 기회가 주어지니 더 큰 삶의 희망이 생긴 것 같다”고 웃어 보였다.
드림 온 프로젝트를 진행한 ARCON 김민지 사무총장은 “드림 온은 암환자들의 암 치료 이후의 삶을 환자와 가족, 그리고 사회가 함께 고민해야 한다는 인식을 확산시키고, 환자들 스스로 꿈을 이뤄가는 과정을 통해 좀 더 편안하게 일상으로 복귀 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시작했다”며 “암으로 고통받는 환자들과 1기 참가자들 모두가 암을 극복하고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희망을 갖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송병기 기자 songbk@kukinews.com
[암과의 동행] 잃었던 꿈 찾아드려요… 잔잔한 감동 ‘드림 온’
입력 2016-07-17 2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