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경준, 넥슨 주식 매입자금 4억원 안 갚았다”

입력 2016-07-14 01:34
진경준 검사장 주식 대박 사건에 연루된 김정주 NXC(넥슨 지주회사) 회장이 13일 서울중앙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병주 기자

진경준(49) 검사장이 2005년 넥슨에서 빌린 비상장주식 매입 자금 4억여원을 갚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금로(51) 특임검사팀은 14일 오전 10시 진 검사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한다. 특임검사팀 가동 8일 만이다.

검찰은 13일 진 검사장의 친구인 김정주(48) NXC 회장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진 검사장이 주식 매입 자금을 갚은 적이 없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진 검사장은 넥슨에서 주식 매입 자금 4억여원을 빌렸다가 곧바로 갚았다고 해명해 왔다. 검찰은 진 검사장에게 시세 차익 120여억원을 안긴 주식을 넥슨이 사실상 ‘증여’했다고 판단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김 회장을 조사하는 도중 진 검사장을 신속히 부르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특임검사팀은 진 검사장의 처남이 대표로 있는 청소용역업체가 국내 굴지의 대기업에서 매출의 99%를 따낸 사실도 확인했다. 이 업체는 진 검사장이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2부 부장이던 2010년 7월 설립됐다. 진 검사장은 해당 대기업 총수 일가를 내사하다 무혐의로 사건을 종결한 것으로 전해졌다.

‘넥슨 기업사정’으로 번지나

특임검사팀은 김 회장을 상대로 진 검사장의 넥슨 주식거래 과정 전반을 강도 높게 따져 물었다. ‘종잣돈’을 빌려준 경위, 내부정보 제공 여부 등 그간 제기된 의혹을 망라해 추궁한 것으로 전해졌다. 진 검사장은 2005년 넥슨에서 4억2500만원을 빌려 비상장주식 1만주를 취득한 뒤 2006년 이를 처분하고 넥슨재팬 주식으로 바꿨다. 넥슨재팬의 일본 증권시장 상장 이후 지분을 처분해 120억원 넘는 차익을 거뒀다.

특임검사팀 수사 대상에는 넥슨의 기업비리 의혹도 오른 상태다. 김 회장 내외가 지분 100%를 소유한 와이즈키즈는 넥슨의 부동산임대업 계열사인 엔엑스프로퍼티스를 지난해 601억여원에 사들였다. 하지만 금융 당국에 따르면 엔엑스프로퍼티스의 장부가격은 379억여원이었다.

진 검사장은 검찰에 제출한 자수서에서 주식거래 경위, 넥슨의 법인 리스 차량(제네시스)을 처남 명의로 제공받은 의혹 등 객관적으로 드러난 사실 관계는 일부 시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형사처벌로 이어지는 대가성·업무관련성 등은 부인했다고 한다.

처남의 대기업 일감 수주

특임검사팀은 12일 진 검사장 자택 등을 압수수색하며 진 검사장 처남 소유의 청소용역업체 B사도 압수수색했다. 자본금 1억원으로 설립된 B사에는 진 검사장의 장모가 감사로 등기돼 있다. 사실상 진 검사장의 가족 회사인 셈이다.

B사는 신생업체인데도 국내 10위권의 대기업과 그 자회사를 상대로 일감의 99%를 얻고 있다. 신용평가업계에 따르면 2013년 28억여원, 2014년 24억여원, 지난해 25억여원 등 꾸준한 매출을 올렸다. 진 검사장의 처남은 청소용역업 관련 경험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임검사팀은 B사가 일감을 따낸 것과 진 검사장이 맡은 수사와의 관련성을 의심하고 있다. 진 검사장은 금융조세조사2부장이던 2009년 대기업 총수 가족의 부동산 차명거래·탈세 관련 내사를 진행했다. 내사는 이듬해 초 특별한 혐의점이 없다는 이유 등으로 종결된 것으로 전해졌다. 그 몇 달 뒤 처남 회사가 만들어졌고 해당 기업 계열사 청소용역을 따냈다. 검찰 관계자는 “진 검사장과 처남 간에 의심스러운 자금 거래 흔적이 나와 확인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