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경준(49) 검사장이 2005년 넥슨에서 빌린 비상장주식 매입 자금 4억여원을 갚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금로(51) 특임검사팀은 14일 오전 10시 진 검사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한다. 특임검사팀 가동 8일 만이다.
검찰은 13일 진 검사장의 친구인 김정주(48) NXC 회장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진 검사장이 주식 매입 자금을 갚은 적이 없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진 검사장은 넥슨에서 주식 매입 자금 4억여원을 빌렸다가 곧바로 갚았다고 해명해 왔다. 검찰은 진 검사장에게 시세 차익 120여억원을 안긴 주식을 넥슨이 사실상 ‘증여’했다고 판단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김 회장을 조사하는 도중 진 검사장을 신속히 부르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특임검사팀은 진 검사장의 처남이 대표로 있는 청소용역업체가 국내 굴지의 대기업에서 매출의 99%를 따낸 사실도 확인했다. 이 업체는 진 검사장이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2부 부장이던 2010년 7월 설립됐다. 진 검사장은 해당 대기업 총수 일가를 내사하다 무혐의로 사건을 종결한 것으로 전해졌다.
‘넥슨 기업사정’으로 번지나
특임검사팀은 김 회장을 상대로 진 검사장의 넥슨 주식거래 과정 전반을 강도 높게 따져 물었다. ‘종잣돈’을 빌려준 경위, 내부정보 제공 여부 등 그간 제기된 의혹을 망라해 추궁한 것으로 전해졌다. 진 검사장은 2005년 넥슨에서 4억2500만원을 빌려 비상장주식 1만주를 취득한 뒤 2006년 이를 처분하고 넥슨재팬 주식으로 바꿨다. 넥슨재팬의 일본 증권시장 상장 이후 지분을 처분해 120억원 넘는 차익을 거뒀다.
특임검사팀 수사 대상에는 넥슨의 기업비리 의혹도 오른 상태다. 김 회장 내외가 지분 100%를 소유한 와이즈키즈는 넥슨의 부동산임대업 계열사인 엔엑스프로퍼티스를 지난해 601억여원에 사들였다. 하지만 금융 당국에 따르면 엔엑스프로퍼티스의 장부가격은 379억여원이었다.
진 검사장은 검찰에 제출한 자수서에서 주식거래 경위, 넥슨의 법인 리스 차량(제네시스)을 처남 명의로 제공받은 의혹 등 객관적으로 드러난 사실 관계는 일부 시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형사처벌로 이어지는 대가성·업무관련성 등은 부인했다고 한다.
처남의 대기업 일감 수주
특임검사팀은 12일 진 검사장 자택 등을 압수수색하며 진 검사장 처남 소유의 청소용역업체 B사도 압수수색했다. 자본금 1억원으로 설립된 B사에는 진 검사장의 장모가 감사로 등기돼 있다. 사실상 진 검사장의 가족 회사인 셈이다.
B사는 신생업체인데도 국내 10위권의 대기업과 그 자회사를 상대로 일감의 99%를 얻고 있다. 신용평가업계에 따르면 2013년 28억여원, 2014년 24억여원, 지난해 25억여원 등 꾸준한 매출을 올렸다. 진 검사장의 처남은 청소용역업 관련 경험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임검사팀은 B사가 일감을 따낸 것과 진 검사장이 맡은 수사와의 관련성을 의심하고 있다. 진 검사장은 금융조세조사2부장이던 2009년 대기업 총수 가족의 부동산 차명거래·탈세 관련 내사를 진행했다. 내사는 이듬해 초 특별한 혐의점이 없다는 이유 등으로 종결된 것으로 전해졌다. 그 몇 달 뒤 처남 회사가 만들어졌고 해당 기업 계열사 청소용역을 따냈다. 검찰 관계자는 “진 검사장과 처남 간에 의심스러운 자금 거래 흔적이 나와 확인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
“진경준, 넥슨 주식 매입자금 4억원 안 갚았다”
입력 2016-07-14 01:34